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등록 현황을 보면 민망하다. 재산공개 대상인 청와대 고위 공직자 15명 중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8명이 본인·배우자 명의로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다. 살던 집이 안 팔렸거나 노후에 살 주택을 마련해 놓는 등 각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몰며 “사는 집 아니면 파시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면 배신감이 든다.
청와대 비서진 중 가장 많은 93억1962만원을 신고한 장하성 정책실장은 서울 잠실 아파트(11억400만원)와 경기도 가평 단독주택(1억99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49억8981만원을 신고한 조국 민정수석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서울 서초구(7억1400만원)와 부산 해운대구(2억1900만원)에 아파트 한 채씩을 갖고 있다. 신고금액은 공시지가 기준이어서 시세는 훨씬 높다.
부동산 대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도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아파트와 단독주택 두 채를 신고했다. 김 장관은 대책 발표 후 “다주택자는 꼭 필요해 산 것이 아니면 내년 4월 이전에 파는 게 좋겠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겠다”고 했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이율배반적이다. 청와대 참모 중 일부는 시세보다 싸게라도 빨리 처분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다음번 재산변동 신고 때는 다주택자들이 줄어들지 궁금하다.
소액주주운동을 하던 교수 출신이 100억원 가까운 재산을 신고한 것이나 모친이 세금 체납 논란에 휩싸였던 또 다른 교수 출신 참모가 예금만 20억원을 보유한 것을 보면 허탈하다. 서민들은 평생 일해도 못 모을 재산을 축적한 이들의 재테크 실력이 놀랍기만 하다. 더 큰 걱정은 출발부터 다른 이들이 집 없는 서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사설] 사는 집 빼고 팔라더니 청와대 절반이 다주택자
입력 2017-08-27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