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5일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되면서 법조계 안팎의 이목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으로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모두 18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4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핵심은 삼성그룹 관련 433억원 상당의 뇌물수수 혐의다.
이 부회장이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을 위해 지원한 72억9000여만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16억2000여만원이 뇌물 공여 액수로 인정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역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부회장에게 받은 89억여원만 유죄로 인정돼도 특별법이 적용된다.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다.
이 부회장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날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및 최씨 간의 뇌물 제공 및 수수 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입장에서는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두 사람은 같은 법원 내 다른 재판부(형사합의22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뇌물 사건의 경우 그 특성상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선고 결과는 대체로 일치한다. 재판부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수는 있지만 대법원까지 가면 일치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1심 판결문 등을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거로 제출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 유죄의 법적 근거가 담긴 만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에도 주요하게 반영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강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재판 기록은 이미 증거로 제출된 상태다.
최씨 측은 이 부회장 선고 직후 입장 자료를 내며 반발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가 직접 경험해 알고 있고 확실한 증거가 있는 사실관계에 대해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한 점이 매우 아쉽다”고 주장했다. “세계 초일류기업 최고경영자가 고작 89억원으로 대통령과 경영권 승계 뇌물 거래를 했다고 한다면 우리나라가 매우 초라하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이날 최씨와 함께 재판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선고 결과를 전해 들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변호인의 말을 듣고는 종이컵에 담긴 물을 연거푸 마셨다.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 선고 결과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선고 결과를 충분히 검토·반영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재판에서 효율적으로 공소유지를 하겠다”고 밝혔다.
양민철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
이재용 ‘유죄’… 朴 전 대통령·최순실 선고 예고편 되나
입력 2017-08-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