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이재용을 징역 5년에 처한다.”
25일 오후 3시3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피고인석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김진동 부장판사가 주문을 읽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고개를 살짝 젖혀 법정 천장을 바라보고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재판부가 퇴정하고도 잠시 동안 피고인석에 서 있다 애써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법정을 떠났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무죄 선고를 기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긴장한 듯한 태도를 여러 차례 보였다. 재판부가 50분가량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초조한 듯 종이컵에 담긴 물을 마셨다.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굳어져가자 입술보호제인 립밤을 입가에 세게 문질러 발랐다.
선고공판 시작 전에도 그는 양복 목깃을 바로잡거나 입가 근육을 푸는 등 애써 마음을 달래려는 모습을 보였다. 출석 확인 후 피고인석에 앉은 그는 잠시 방청석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간 공판에서 보여줬던 담담한 태도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재판부가 초반 “이재용 피고인이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승계 작업에 대해 청탁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하자 짧게 호흡하며 숨을 골랐다. 그러나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표정이 무거워졌다.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자 이 부회장은 미동도 없이 재판부를 바라보거나 정면을 응시했다.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도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선고가 끝나자 결과에 불만을 품은 한 방청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삼성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원하지 마라”며 고성을 지르다 법정 경위에게 제지당했다.
경찰은 법원 주변에 경력 720명을 배치했다. 법원 밖 삼거리에는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 집회 참가자 300여명이 이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 부회장의 징역 5년 선고 소식에 “오늘의 분노를 기억했다가 광장에 나가 싸우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는 눈물까지 보였다.
글=이가현 신재희 기자 hyu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李 부회장, 무죄 기대한 듯… 깊은 한숨
입력 2017-08-25 19:02 수정 2017-08-25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