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부회장, 무죄 기대한 듯… 깊은 한숨

입력 2017-08-25 19:02 수정 2017-08-25 21:1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호송버스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최현규 기자

“피고인 이재용을 징역 5년에 처한다.”

25일 오후 3시3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피고인석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김진동 부장판사가 주문을 읽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고개를 살짝 젖혀 법정 천장을 바라보고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재판부가 퇴정하고도 잠시 동안 피고인석에 서 있다 애써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법정을 떠났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무죄 선고를 기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긴장한 듯한 태도를 여러 차례 보였다. 재판부가 50분가량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초조한 듯 종이컵에 담긴 물을 마셨다.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굳어져가자 입술보호제인 립밤을 입가에 세게 문질러 발랐다.

선고공판 시작 전에도 그는 양복 목깃을 바로잡거나 입가 근육을 푸는 등 애써 마음을 달래려는 모습을 보였다. 출석 확인 후 피고인석에 앉은 그는 잠시 방청석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간 공판에서 보여줬던 담담한 태도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재판부가 초반 “이재용 피고인이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승계 작업에 대해 청탁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하자 짧게 호흡하며 숨을 골랐다. 그러나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표정이 무거워졌다.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자 이 부회장은 미동도 없이 재판부를 바라보거나 정면을 응시했다.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도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선고가 끝나자 결과에 불만을 품은 한 방청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삼성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원하지 마라”며 고성을 지르다 법정 경위에게 제지당했다.

경찰은 법원 주변에 경력 720명을 배치했다. 법원 밖 삼거리에는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 집회 참가자 300여명이 이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 부회장의 징역 5년 선고 소식에 “오늘의 분노를 기억했다가 광장에 나가 싸우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는 눈물까지 보였다.

글=이가현 신재희 기자 hyu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