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규제를 담은 8·2 부동산대책 발표 후 매도자와 매수자 간 관망세가 확산되는 가운데 서울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신도시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된 일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풍선효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눈치보기에 들어간 건설사들은 재건축 단지 분양을 미루는 반면 일부 조합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넷째주(21∼25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올랐다. 이는 지난주 변동률과 같은 수치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강동구와 송파구 중심으로 0.03% 하락했지만 하락폭은 2주 연속 줄어들며 진정국면에 들어갔다. 한국감정원 집계도 비슷하다.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4% 떨어지며 8·2 대책 이후 줄곧 하락세다.
반면 규제를 피했거나 규제가 덜한 지역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와 2기 신도시(판교·위례·동탄·광교·김포한강·파주운정) 아파트 매매가는 25일 기준으로 전 주보다 각각 0.12%, 0.08% 상승해 대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피한 성남 ‘산성역 포레스티아’ 견본주택의 경우 25일 오전 10시 기준 1000여명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등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피한 부산뿐 아니라 규제 직격탄을 맞은 세종의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는 대전 등 지방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8·2 대책으로 인해 재건축 단지별로 추진 전략도 극명히 나뉘고 있다. 삼성물산이 개포동의 개포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하는 2296가구의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분양 일정을 8월말에서 9월로 미뤘다. 조합과 시공사는 3.3㎡ 분양가를 300만원가량 낮추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GS건설의 ‘신반포 센트럴자이’와 롯데건설의 ‘청담삼익 롯데캐슬’, 대림산업·현대건설이 선보이는 ‘고덕 주공3단지’ 등도 분양을 1∼2개월씩 미룬 상태다. 다만 정부가 이르면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의 추가 규제 위험도 여전하다.
반면 사업 속도를 내는 단지도 있다. 최근 GS·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롯데건설을 누르고 서울 마포구 공덕1구역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됐다. 당초 조합원들은 컨소시엄 구성에 반대했다. 건설사간 경쟁 효과가 사라져 조합에 불리한 조건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합이 입장을 바꾼 건 8·2 대책으로 기정사실화된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면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받아야 한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8·2 대책 후 부동산 희비… 1·2기 신도시는 웃는다
입력 2017-08-26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