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부터 선고까지… 이틀에 한 번꼴 재판, 증인만 59명

입력 2017-08-26 05:02

지난 2월 13일 오전 9시25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 앞. 당시 피의자 신분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실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93일 뒤인 25일 이 부회장은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수사 초반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자신했던 특검은 이 부회장 구속에 한 차례 실패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월 19일 “현재까지 수사내용과 진행경과 등에 비춰봤을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개를 추가 확보하고, 장시호씨가 제출한 태블릿PC 등을 바탕으로 보강수사에 돌입해 약 한 달 뒤 영장을 재청구했다.

2월 17일 새벽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시간의 장고(長考) 끝에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은 지난해 12월 공식 출범한 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입증에 공을 들여왔다. 삼성 뇌물 사건 수사기록만 3만쪽이 넘는다. 4개월간 법정에 출석한 증인만 59명이었다. 재판은 일주일에 3∼4회씩 53차례 진행됐으며 자정을 넘긴 날도 있었다.

“서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욕심을 내겠습니까. 그 부분이 특히 억울합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이같이 호소하며 눈물을 보였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는 법정 출석을 거부해오다 지난달 12일 돌연 출석해 삼성과 최씨의 주장에 배치되는 증언을 쏟아냈다. 그는 “엄마가 삼성 말을 네 것처럼 타라고 했다” “삼성이 말 교환계약을 몰랐을 리 없다”는 등 뇌물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

박 특검은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직접 논고를 읽으며 “이 사건의 실체는 전형적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이라며 “하루빨리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훼손된 헌법적 가치를 재확립해야 한다”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