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심에서 징역 5년 선고받은 이재용 부회장

입력 2017-08-25 18:2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은 유죄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는 25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5개 혐의 모두를 인정했다. 재판에 넘겨진 지 178일 만이다. 특검은 지난 7일 결심 공판에서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라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법원도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치 자본 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규정했다.

유무죄의 갈림길은 뇌물공여에 있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꾸준히 준비하던 삼성 임원들이 대통령에게 승계 작업에 도움을 기대하며 거액의 뇌물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간의 3차례 단독 면담에서 묵시적인 부정청탁이 있었다고 했다. 승마 지원 77억원 중 72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금 16억원을 뇌물로 봤다. 뇌물죄가 인정되면서 재산국외도피와 횡령, 위증 등 다른 혐의도 줄줄이 유죄로 이어졌다. 특검이 주장했던 부정한 청탁과 그에 따른 대가성 지원 등에 관한 간접증거를 법원이 대체로 인정한 것이다.

‘세기의 재판’으로 불릴 만큼 국민적 관심을 끌어온 이 부회장 재판은 1심에서 유죄가 났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양측 모두 항소할 뜻을 밝혔고 항소는 상고로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 재판에서 양측의 법리 공방은 더욱 뜨거워지고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지 격렬한 논란도 불가피하다. 1심 재판을 앞두고 법원 앞에서 진행된 보수와 진보 단체들의 집회가 이를 입증한다. 재판부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갈등과 분열의 골을 깊게 하는 이런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압력을 넣거나 불복하는 행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이해관계를 떠나 재판부의 향후 결정을 차분히 기다리고 승복하는 것이 옳다.

이번 재판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세계 일류 기업인 삼성의 동요나 위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름에 걸맞은 투명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길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이 부회장 재판을 통해 우리는 정격유착의 검은 고리가 여전함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정경유착은 정치를 부패하게 만들고 건전한 기업 활동을 가로막아 나라 경제 전체를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재판부도 정경유착이 과거사가 아닌 현실에서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상실감은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정치도 변해야 하며 기업도 깊이 반성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이 주는 교훈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불행은 되풀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