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대법원이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잉락 친나왓(50) 전 총리의 판결을 연기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A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잉락은 법원 출석 대신 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칩 출라몬 대법관은 이날 “잉락은 변호인을 통해 아프다는 이유로 선고 연기를 요청했다”며 “재판부는 그러나 잉락이 아프다는 걸 믿지 않으며 체포영장을 발부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잉락의 선고는 다음 달 27일로 연기됐다.
잉락이 소속된 푸어타이당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그녀가 태국을 떠난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지만, 잉락의 소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쁘라윳 찬 오차 태국 총리는 “잉락이 당당하게 법정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잉락의 소재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잉락의 해외 도피 가능성을 제기한 태국 군부는 이날 전국 국경검문소에 경비 강화 명령을 내렸지만, 일각에선 군부가 정치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잉락의 출국을 눈감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잉락은 자신의 친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정책을 이어받아 2011년 농가 쌀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수매제도를 공약해 총선에서 승리했다. 2014년 5월 군부 쿠데타로 총리 자리에서 쫓겨날 때까지 이 정책을 지속했다. 하지만 검찰은 잉락의 쌀 고가 매수 정책으로 국가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잉락은 유죄 확정 시 최고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으며 일생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 있다. 민사소송에서도 현지 법원은 지난해 10월 잉락에게 350억 바트(약 1조1830억원)의 막대한 벌금을 물렸다.
잉락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친오빠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게 된 상황도 주목받고 있다. 탁신 전 총리도 부패 혐의로 기소돼 2008년 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현재 해외 도피 중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잉락 전 태국 총리, 선고 앞두고 해외도피설
입력 2017-08-25 19:27 수정 2017-08-25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