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된 태극전사들은 달라진 훈련 환경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들은 첫 훈련부터 GPS 기능이 탑재된 특수 장비를 착용하고 구슬땀을 흘렸다. 훈련도 비교적 늦은 시각인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됐다.
신태용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31일 오후 9시·서울월드컵경기장) 필승을 위해 혁신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번 대표팀 훈련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부상 예방을 위해 훈련 중 입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다. 속옷 같은 의류의 뒤쪽에 장착된 스마트폰 크기의 장비는 인공위성들과 연결돼 선수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모두 감지한다. 대표팀은 지난 6월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8차전을 앞두고 밴드 형태로 된 유사한 제품을 처음으로 도입했는데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이번에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교체했다.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미디어 팀장은 25일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유럽의 유명 클럽들이 사용하고 있다”며 “가속도 센서 등이 탑재돼 있으며, 400개가 넘는 지표를 측정할 수 있다. 지난 5월 열린 U-20(20세 이하) 월드컵에 참가했던 대표팀도 이 장비를 활용해 훈련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훈련이 끝난 뒤 데이터를 분석하면 선수들의 신체에 얼마나 무리가 갔는지 파악할 수 있다. 피지컬 코치는 데이터를 보며 선수들과 상담하고 훈련 강도에 대해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신 감독은 지난 23일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기록을 확인한 뒤 필드 훈련 대신 실내 훈련을 했다. 그는 “선수들이 의욕에 넘쳐 지난 이틀 동안 너무 열심히 훈련했다. 무리하게 훈련하면 부상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오늘은 실내에서 스트레칭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상 방지를 위한 조치는 또 있다. 태극전사들은 매일 훈련을 시작하기 전 약 15분 동안 축구협회 의무팀이 개발한 ‘KFA(대한축구협회) 부상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대표팀에 처음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다른 선수와 충돌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치는 불상사, 예를 들어 점프한 뒤 착지하다 발생하는 부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프로그램엔 양쪽 다리에 고무밴드 끼우고 다리 벌리기, 밸런스보드 위에서 균형 잡기, 폼 롤러를 활용한 스트레칭 등 11가지 동작이 포함돼 있다.
신 감독은 이란전이 오후 9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훈련 시간을 오후 6시30분으로 조정했다. 선수들의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도 2시간가량 늦춰졌다. 대표팀은 이날도 오후 6시30분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은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줬다. 선수들은 훈련과 미팅, 식사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엔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 신 감독은 U-20 대표팀 훈련을 이끌었을 때에도 선수들에게 ‘규율 속의 자율’을 허용했다.
한편 이란 대표팀은 26일 오후 4시55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조기 입국한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신태용호, GPS 탑재 장비 차고 ‘이란 격파’ 구슬땀
입력 2017-08-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