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현기] 국민의 자치경찰제 도입을

입력 2017-08-25 18:38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경 간 수사권 논쟁이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곤 했다.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외칠 때마다 검찰은 온갖 논리로 이를 무산시키곤 했다. 국가경찰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2006년 7월 제주도에 자치경찰제가 도입될 때 국가경찰은 자신들의 권한을 그대로 유지한 채 무늬만 자치경찰인 제도 도입에 성공했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7월 활동을 마치면서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필자도 오랫동안 자치경찰제 도입을 주장해 온 터라 100대 국정과제에 자치경찰제 도입이 포함됐는지 관심 있게 살펴봤다. 다행히 100대 국정과제 중 열세 번째로 ‘국민의,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이 들어 있었고 그 주요 내용에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과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놀랐다. 특히 ‘2017년부터 자치경찰 관련 법률을 제·개정하고 2018년 시범 실시를 거쳐 2019년 전면 실시’라는 구체적인 플랜까지 제시한 것을 보고 또 한번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비로소 자치경찰제가 도입됨으로써 완전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게 되겠구나 하고 안심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보면 자치경찰제 도입이 그리 녹록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국정기획자문위 발표대로라면 올해 안에 자치경찰 관련 법률을 제·개정하는 절차를 마쳐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행정안전부나 경찰청 등 자치경찰제 도입 추진 전담기관과 자치경찰제의 실질적인 주체인 광역시·도 등 유관기관 어디에서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필자는 자치경찰제가 제주도에서 시행 중인 무늬만 자치경찰처럼 수사권 등 대폭적인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채 타 광역자치단체로 확대 도입하는 것에 절대 반대한다. 제주자치경찰단은 거기서 근무하는 많은 자치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업무범위와 일반범죄에 대한 수사개시권 부재로 전문가는 물론 시민들로부터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다. 정부가 새로 도입하려는 자치경찰 모델은 제주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제대로 된 경찰권을 부여해 지역치안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자치경찰은 막강해질 수도 있는 국가경찰의 권한을 적절히 분산시키는 역할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민생치안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자치경찰이 도입되면 지역에 맞는 방범치안 활동을 통해 범죄를 줄일 뿐 아니라 기존 행정인력을 활용한 범죄의 사전예방은 물론 피해자 사후지원까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중단된 지 꼭 30년 만인 1991년에 부활돼 올해로 26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국민적 합의도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본다. 문재인정부는 광역시·도 차원에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실현하기 위해 광역시도협의회와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국민만 바라보는 경찰과 검찰 간 협조 등이 어우러져 조만간 바람직한 자치경찰제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신현기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