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장래 희망으로 건물주가 등장하는 현실에는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금융의 적극적 지원이 한몫하고 있다. 예금취급기관의 2분기 산업별 대출금 증가액 14조3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51.2%)인 7조4000억원이 부동산·임대업 한 분야에서 나왔다. 한국 경제의 주력인 제조업은 저금리 상황에서도 대출을 줄이며 움츠러드는 반면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임대업은 저금리를 기회삼아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형편이다.
한국은행은 24일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현황을 발표했다. 4∼6월 부동산업과 임대업 대출금은 7조4000억원 늘어나 분기별 증가액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말 현재 잔액은 187조5000억원으로 이 역시 1년 전에 비해 14.3%나 증가했다. 전 업종 가운데 독보적 1위의 기록이다. 부동산·임대업은 서비스업의 하위 분야로 부동산 시장 관련 개발업체 중개업소 임대업 등을 모두 포괄한다.
부동산·임대업 신규 대출에 전체 산업 대출금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쏠린 건 바꿔 말하면 제조업과 건설업 대출 실적이 그만큼 저조했다는 뜻이다. 특히 제조업은 2분기 평균 가동률이 71.6%까지 떨어져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2분기 제조업 대출은 1조2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고, 대부분 반도체 장비가 포함된 쪽에서 나왔다. 부진의 늪에 빠진 조선업종은 2분기 대출액이 1조8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6월 말 잔액과 견주면 1년 만에 대출이 25.7%나 감소했다. 자동차 역시 불황 여파로 석 달 만에 대출금이 2000억원 줄었다.
부동산·임대업은 건물과 땅이라는 담보가 확실해 은행으로서는 대출 위험도가 낮다고 여긴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으려면 온갖 곳의 증명을 받아 은행에 제출해야 하는 반면 부동산·임대업은 등기부등본 한 장에 월세 납입 실적이면 된다. 이 때문에 특별한 기술력이 없는 건물주에 온갖 금융 혜택이 몰리는 편중 현상이 벌어진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금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금융이 4차 산업의 마중물 역할은커녕 부동산 활황 관련 실탄을 제공하고 있는 꼴이다. 최근 정부가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다주택자들이 가계대출에서 벗어나 부동산·임대업으로 등록해 대출을 받는 풍선효과마저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대업자가 건물을 추가로 매입하기 위해 시설자금을 신청하면 저리로 대출 편의를 봐줘야 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일러스트=이은지 기자
산업대출 절반 넘게 부동산 흘러들어… 쏠림 심하다
입력 2017-08-25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