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전략적 협력 동반자”… 시진핑 “이견 타당하게 처리”

입력 2017-08-25 05:01
정세균 국회의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앞줄 오른쪽 일곱 번째), 임성남 외교부 1차관(앞줄 오른쪽 여섯 번째),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앞줄 왼쪽 일곱 번째) 등 한·중 양국 주요 인사들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중 수교 25주년 리셉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4일 축하 메시지를 교환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양국 관계 중요성에는 원론적으로 공감했지만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 문제에선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수교 25주년 기념행사도 각국 대사관 주최로 서울과 베이징에서 각각 열렸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공감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도 “25년간 양측의 공동 노력하에 양국 관계가 부단히 발전했다”며 “이러한 결실은 소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이어 “함께 노력해 정치적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하고, 이견을 타당하게 처리하며 양국 관계를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언급한 ‘이견을 타당하게 처리’라는 말은 사드 배치 철회 요구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통 정상 간 메시지 교환은 청와대가 발표하지만 이날은 주무 부처인 외교부가 공개했다.

냉랭해진 한·중 관계는 양국이 따로 개최한 기념행사에서도 드러났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식에는 완강(萬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겸 과학기술부장이 중국 측 주빈으로 참석했다. 중국 외교부에선 쿵쉬안유 부장조리가 나왔다. 완 부주석은 서열은 부총리급이지만 실권이 없는 치공당 중앙주석이어서 중국이 적당히 체면치레만 했다는 평가가 많다. 완 부주석은 축사에서 “모두 다 알고 있다시피 중·한 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는 양국이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양국 간 핵심적인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항을 존중하는 정신에 입각해 현재의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는 “양국이 당면한 현안도 함께 노력하기에 따라서 보다 성숙한 관계를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행사는 당초 예상된 500명보다 많은 800여명이 참석했지만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같은 시각 서울의 한 호텔에선 주한 중국대사관이 주최한 수교 기념 리셉션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사드’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핵심 현안을 피해가지 않았다. 추궈훙(邱國洪) 중국대사는 “모두 아는 이유 때문에 중·한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25년 전 양국이 장애를 극복하고 수교했을 당시 핵심은 상호 이익 존중이었다”며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정세균 국회의장은 “모든 주권 국가는 외부 위협에 대해 자의적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며 “지금은 대응 조치를 갖고 왈가왈부하기보다 원인을 제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국이 사드 배치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중요한 건 양국이 소통하며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중 관계가 최상으로 평가받던 5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 한·중 공동주최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수교 20주년 기념행사에는 부주석이던 시 주석과 양제츠 외교부장,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 등 장·차관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중국 측의 제안으로 대통령(주석), 총리, 외교 장관 등 세 급에서 서한 교환이 성사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 열리는 한·러 외교장관 회담 참석차 이날 오후 모스크바로 출국했다.

권지혜 기자, 공동취재단,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