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청소년 사역자들의 반복되는 성적 타락으로 한국교회 청소년 사역 현장이 병들고 있다. 비슷한 패턴으로 청소년 사역자들의 성범죄가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는 3회에 걸쳐 실태를 점검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촉망받던 청소년 사역자 A목사는 지난 14일 미성년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그의 범죄는 우발적인 일회성 범죄가 아니었다. 이미 지난해 6월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던 교회의 여고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것이다. 집행유예 기간에 범죄를 저지른 것도 충격이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가 목회는 물론 청소년 사역을 계속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달 초에도 지방에서 개최된 청소년 수련회에 강사로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청소년 사역자의 성범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8월 청소년 사역단체 ‘라이즈업무브먼트(라이즈업)’ 대표 이동현 목사의 추락은 교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졌고, 이 목사는 1주일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의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수도남노회는 사건이 공개된 지 20여일 만에 이 목사에게 면직 및 수찬정지라는 강력 처분을 내렸다.
이들의 성추문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 목사와 A목사 둘 다 이른바 스타 강사였다. 그들은 교회 청소년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전국 수련회와 집회 등에 앞다퉈 초청받았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24일 “청소년 사역 분야에서 뛰어난 인기 사역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며 “교회나 단체들이 청소년 집회에 얼마나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느냐에만 관심을 쏟는 게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중소 규모의 교회나 단체들이 힘들더라도 자체적으로 청소년을 교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목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청소년을 성적 만족의 대상으로 삼았다. A목사는 밤늦게 심방을 빌미로 찾아가 강제추행을 저질렀다.
정병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는 “이는 하나님이 목회자에게 주신 영적 권위를 악용한 심각한 범죄”라며 “‘영적 아버지’인 목회자의 성범죄는 친족 간 성범죄만큼 피해자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은 통상 목회자의 성범죄에 대해 “교역자는 영적 지도자로서 일반 교인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이 요구된다”는 문구를 판결문에 넣을 정도로 엄정한 잣대를 적용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 없이 청소년 사역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이 목사의 경우 피해자의 폭로가 있기 전까지 10년의 세월 동안 문제없이 청소년 사역으로 승승장구했다. A목사는 심지어 유죄 판결을 받고 난 다음에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최근까지 청소년 사역을 진행했다. 채수지 기독교여성상담소장은 “한 명의 피해자 뒤에 수많은 피해자가 숨어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눈감아 줘선 안 된다”며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는 사역을 그만두게 하고 치유를 받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글=구자창 이현우 기자 critic@kmib.co.kr, 삽화=이영은 기자
[또 불거진 청소년 사역자 성적 타락] 유명세 누리던 스타 강사들, 범죄 후에도 계속 활동
입력 2017-08-25 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