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김성진(33)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병역 기피를 시도한 정황이 24일 드러났다. 국민일보가 확보한 김 대표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는 2014년 징집됐다가 퇴소하는 과정에서 군 관련 인사에게 도움을 받은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김 대표는 만 30세였던 2014년 11월 26일 306보충대에 입소했다. 이미 수차례 입영을 미뤄 병무청으로부터 ‘미입영으로 인한 조치가 예상된다’는 연락까지 받은 뒤였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입소 사흘 만에 퇴소했다. 그는 입소기간 내내 사업가 최모씨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 대표는 입소 첫날 최씨에게 “입대했는데 양주병원에서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합니다. 미리 손을 써야 되는 듯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최씨는 “이미 조치해 놓았습니다. 졸룩(절룩의 오기로 보임) 걸음 하세요. 쇼가 중요함”이라고 답했다.
다음날에도 김 대표는 “이미 챙겨주셨더라도 현장에 있는 당사자로서 매우 불안합니다. 빨리 해주십시오, 회장님”이라고 재촉했다. 최씨는 “의무사령에서는 ‘훈련을 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군병원으로 가서 귀가조치 처리하겠다’고 함”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소변을 참지 못하는 ‘과민성 방광 현증’으로 퇴소했고, 귀가증을 최씨에게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최씨에게 수억원의 현금을 전달한 정황도 있다. 아이카이스트의 한 간부는 김 대표에게 “대표님, 이렇게 준비했습니다”라며 5만원권 다발 50여개가 담긴 상자 사진을 찍어 보냈다. 김 대표는 “받는 분은 최 회장”이라며 최씨의 사무실 주소를 적어줬다. 최씨는 24일 “김 대표를 알긴 하지만 병역 관련 얘기는 전혀 모른다”고 부인했다.
병무청 차장 출신 B씨도 병역 비리 의혹에 연루돼 있다. 김 대표는 2014년 말 B씨를 회사 고문으로 영입했다. B씨는 2015년 5월 “충북병무청에 제출한 신경외과 진단서를 메시지로 보내주세요. 충북과 충남 두 군데 다 공작이 들어가야 하네”라는 문자를 김 대표에게 남겼다. 이에 김 대표는 ‘병사용 진단서’를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김 대표가 해외 출장을 다녀오자 B씨는 “재검 건에 대해 소리소문 없이 해결하도록 물밑작업을 해왔소”라며 “이 사안은 최대한 보안에 주의하고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거요”라고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해외 출장 전에는 B씨와 국외 여행 허가 문제도 상담했다. 25세 이상 병역의무자는 국외 여행 시 지방병무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B씨는 국민일보에 “정상적으로 외국 출장 절차만 알려줬다”고 해명했다. 문자메시지 내역에 대해선 “고문료를 받다 보니 립서비스 차원에서 했다. 실제로 압력을 넣진 않았다”고 말했다. B씨는 퇴임 후 1년 정도 김 대표의 회사 고문으로 있으면서 리스 차량과 매달 500만원 상당의 고문료 등을 지급받았다.
김판 이종선 기자 pan@kmib.co.kr
[단독] 30세에 입대, 3일만에 귀가… 창조경제 1호, 병역기피 시도 정황
입력 2017-08-24 18:08 수정 2017-08-25 1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