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정정보도’ 요청한 식약처에 ‘정정행정’을 요구한다

입력 2017-08-24 18:47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로부터 자료를 하나 받았다. 살충제 계란의 진원지인 네덜란드에서 식용란 10㎏이 수입됐는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계란의 행방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는 ‘네덜란드산(産) 식용란’ 수입내역이 나와 있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식약처와 관세청을 취재했다. 관세청은 “식용란 수입이 맞다”고 확인해줬다. 식약처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할 뿐 이게 사실이 아니라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국민일보는 ‘지난 2월 네덜란드산 식용란이 수입됐지만 식약처가 제대로 추적·관리하지 못하고 있다(18일자 1·5면)’고 보도했다.

가판에 기사가 나간 직후인 17일 오후 6시쯤 식약처 대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주무부처인 식약처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지 왜 오보를 쓰느냐”며 항의했다. 식용란 수입이 아니란 것을 입증할 자료를 제시하면 기사를 수정하겠다고 답했고, 식약처는 이메일로 자료를 보내왔다.

그러나 식약처가 제시한 자료는 식용란과 같은 날 수입된 같은 용량의 ‘네덜란드산 냉동난백(계란을 깨뜨려 흰자를 모은 가공품)’ 수입내역이었다. 식약처가 보낸 서류는 정상적인 난백 수입자료였는데, 이를 식용란 수입 서류라면서 보낸 것이다. 이를 항의하자 뒤늦게 거짓말이라고 인정했다. 식약처 대변인은 “식약처장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선처를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식용란 수입·검역 주무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라고 떠넘기기도 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난 18일 오후 식약처는 ‘돌변’했다. 해명자료를 내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한다고 통보했다. 식약처는 단순히 관세사의 신고 오류에 따른 오보(誤報)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가 제시한 근거서류들의 날짜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등 여전히 오류가 있다. 식약처는 정정보도 요청서에서 “기관 명예가 심하게 훼손됐다”고 했다. 살충제 계란 사태로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정부기관으로서 반성이 먼저 아닐까. 정정보도를 요청한 식약처에 ‘정정 행정’을 요구한다. 첫 단추는 류영진 식약처장의 사퇴일 것이다.

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