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원세훈 변론재개 신청 ‘승부수’

입력 2017-08-24 18:22 수정 2017-08-24 21:48
검찰이 오는 30일로 예정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두고 법원에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넘긴 자료를 토대로 원 전 원장 혐의를 다시 검토해 수사하겠다는 취지다. 파기환송심을 6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법원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중앙지검은 24일 “원 전 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건의 변론재개를 법원에 신청했다”며 “기존 극히 일부만 파악됐던 민간인 외곽팀의 규모와 실상이 확인돼 공판에 반영할 필요가 있게 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추가 확보된 중요 증거 제출, 공소장 변경, 양형 자료 변경 등을 위해 부득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은 2013년 6월 국가정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4년째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파기환송심 심리를 마친 뒤 선고만 남겨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변론재개라는 승부수를 던진 데에는 최근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가 컸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지난 3일 국정원이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최대 30개의 사이버외곽팀을 운영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1일에는 민간인 외곽팀장 김모씨 등 30명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의뢰를 했다. 기존 검찰 수사에선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던 민간인 동원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검찰은 국정원 수사의뢰 이틀 만에 김씨 등의 신원과 거주지가 확인된 외곽팀장 20여명의 자택, 이들이 소속된 단체 사무실 등 3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단체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 단체였던 늘푸른희망연대와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검찰은 외곽팀장 등 일부 관계자 소환조사를 이틀째 진행했다.

일각에선 검찰이 변론재개 신청보다 국정원 댓글사건 재수사를 통해 원 전 원장의 새로운 혐의를 쫓는 데 주력할 것이란 해석도 나왔지만 검찰은 임박한 원 전 원장 선고부터 연기하는 쪽을 택했다. 변론재개 없이 예정대로 파기환송심에 임했다가 혹시라도 핵심 쟁점인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올 경우 검찰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검찰의 변론재개 신청을 받아들이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던 원 전 원장 재판은 재개된다.

황인호 이가현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