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국 배치를 빌미로 한 중국의 보복 조치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물론 한국 기업이 고용한 중국인 근로자들도 고통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 장쑤성 옌청시의 기아차 공장이다. 기아차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중국인 근로자들이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삭감 압박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많은 중국인 근로자들은 생계를 위해 배달원이나 택시기사 등과 같은 부업을 찾고 있다. 중국인 근로자 천모씨는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중국인 노동자들의 실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 불매운동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전에 한낱 시골에 불과했던 옌청은 2013년 기아차 공장이 들어선 이후 어엿한 제조업 도시로 성장했다. 기아차는 옌청시 세수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기아차와 현대차는 판매가 61% 급감했다. 이에 따라 옌청 기아차 공장은 생산능력의 30%만 가동하고 있다. WSJ는 “자동차뿐 아니라 대부분 한국산 제품 판매가 지난 3월 사드의 첫 한반도 도착 이후 급격히 줄고 있다”면서 “중국 당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보이콧을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당국의 통제를 받는 언론들이 제품 불매를 조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딜러인 쑨모씨는 “가격 할인과 세금 혜택에도 소비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의 한국에 대한 강경책이 중국에도 부수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옌칭의 기아차는 중국 기업과 50대 50의 합작을 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드 갈등이 한국과 중국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中 진출 한국기업 현지 노동자들 ‘덜덜’
입력 2017-08-25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