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동성혼 개헌 포럼] “개헌 논의, 동성애·동성혼 합법화에 악용될 수 있어”

입력 2017-08-24 19:24 수정 2017-08-24 22:32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실과 결혼과가정을세우는연구모임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동성애·동성혼 개헌논의와 한국헌법’이란 주제로 학술 포럼을 갖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개헌 논의가 동성애·동성혼 합법화의 통로가 돼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실과 결혼과가정을세우는연구모임 주최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 ‘동성애·동성혼 개헌 논의와 한국 헌법’이라는 주제의 학술 포럼이 열렸다. 포럼에는 개신교 신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80석 좌석이 다 차서 20여명은 간이 의자에 앉거나 서 있었다. 한 남성 참석자는 등 뒤에 ‘동성애 반대’라고 쓰인 종이를 붙이고 있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정부 형태 변경을 한다는 명분의 이번 개헌이 동성애·동성혼 합헌법화(헌법에 합치됨)의 계기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계해야 한다”며 “(동성애·동성혼 옹호자들이) 인권위를 숙주로 삼아 우회로를 사용해서 동성애·동성혼을 합헌법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지난 6월 ‘기본권 보장 강화 헌법개정(안) 공개 토론회'를 열고 인권위의 개헌안을 공개했다. 공개된 개헌안 평등권 조항에서는 성별·종교·신분 외에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도 사람을 부당하게 차별할 수 없도록 했다.

최 명예교수는 인권위가 헌법기관화되는 상황에 대해 “인권위가 왜 필요하냐. 요즘 사람들이 인권이 침해되면 가만히 있느냐. 경찰이나 검찰에 갈 수도 있다. 인권위의 기능은 중첩적이다. 나쁘게 말하면 정부 돈 받아서 시민단체 역할을 하는 게 인권위”라고 했다. 참석자 몇 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기현석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개헌에는 고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동성애·동성혼은)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논의가 없는 상황인데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하는 식으로 헌법이 바뀐다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는 “헌법을 개정하면서 전반적으로 많은 사항을 다루려다 보면 개별적으로 중요한 사항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무시되거나 생략된 채 끼워팔기나 주고받는 식으로 대충 처리될 우려가 있다”며 “개정(改正)이 아니라 개악(改惡)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주제 발표자인 정영화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동성애자는 한국에서 소수자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관심 있을 만한 표가 없다. 그런데도 헌법 개정안에 동성애를 넣은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동성애·동성혼 이슈에 관심을 집중시켜 권력 구조를 바꾸는 이슈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럼 참석을 위해 울산에서 왔다는 주부 이화영(48)씨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있다. 지금 울산 학교들이 학생인권조례안 때문에 뒤집혔다. 울산 조례안 중 차별금지 항목에 ‘성적 지향’이 들어 있다. 상위법에서도 논란이 되는데, 조례안에 성적 지향으로 차별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들어갈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대권 교수는 “울산의 학생인권조례가 헌법에 반(反)하는 것인데 인권위는 이 문제를 취급하지 않는다. 인권위가 편향적이라는 증거다. 그래서 인권위가 헌법기관화되는 게 문제”라고 답했다.

글=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