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투표 전날인 23일 저녁 ‘일부 후보가 총대들을 돈으로 매수하고 실제 투표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투표용지에서 도장의 위치를 확인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투표용지를 황급히 바꿨다. 한기총이 짜낸 묘수는 후보별 이름을 최대한 벌리고 기표 칸을 좁은 원형으로 교체하는 것이었다.
24일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는 3명의 후보가 치열한 선거전을 펼쳐서인지 장대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271명이 투표장에 나왔다. 한기총 관계자는 “과거엔 240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3명의 후보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투표장에 나올 것을 독려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투표에 앞서 마지막 소견 발표 때 엄기호 서대천 목사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공약을 밝혔다. 특히 서 목사는 큰 소리로 “이 땅에 복음이 전해지고 130여년 만에 경제 대국이 되면서 하나님의 큰 축복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이 풍요로운 시대 다음세대가 영적으로 죽어가고 학교에 선교사를 파송해야 할 지경이 됐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하나님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반면 김노아씨는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을 제출한 이유와 이단성 의혹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 주력했다. 마이크를 잡은 김씨는 “내가 이단성이 있다고 하는데, 나를 비난하는 글이 국민일보에 매일 나오다시피 했다. 어제도 국민일보에 저를 비방하는 기사가 계속 나왔다”면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에서도 나에 대한 이단성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의 주장과 달리 본보 기사는 총 2회 게재됐으며, 모두 ‘김씨가 4월 성탄절을 주장했다’는 것이었다. 정통신학에서 벗어난 편협한 김씨의 주장에 대해 한국교계가 우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발언시간 5분을 넘기면서까지 읍소했던 김씨는 1차 투표에서 탈락하자 곧바로 임시총회장을 떠났다.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던 엄 목사와 서 목사는 당선자 확정 후 서로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임시총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모든 과정을 하나님께서 주관하셨다. 우리 주님께 영광의 박수를 올리자”는 곽종훈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대행의 제안에 따라 박수를 쳤다. 한기총 관계자는 “가처분신청 취하 등 법적 절차가 1주일 내 마무리되면 그때부터 엄 목사가 대표회장 업무를 공식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일부 후보 ‘돈 선거’ 정보 입수… 황급히 투표용지 교체도
입력 2017-08-25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