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관련해 “‘시기를 보고 3심 판결까지 기다리자’는 말은 ‘다 같이 망하자’는 말과 똑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출당에 반대하는 친박(친박근혜)계 주장을 일축하며 출당을 서두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뇌물죄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 대표는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찬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징계 문제는) 유무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책임의 문제”라며 “탄핵을 당한 것과 한국 보수우파를 궤멸시킨 데 대한 책임을 지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특히 탄핵 정국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태도를 언급하며 “정무적 판단이 전부 엉터리였다. 그래서 탄핵을 자초했다”고 혹평했다. 홍 대표는 그동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박 전 대통령 재판이 본격화되기 전에 징계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인적 청산 시기와 관련해 홍 대표는 “(당 구성원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지, 나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앞서 인사말에서도 “한국당이 ‘차떼기 파동’ 때보다도 더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고강도의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떼기 파동은 16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이 기업 등으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현금으로 받은 사건이다. 당시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한나라당은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여의도 당사를 팔고 천막당사로 이전했다.
당초 연찬회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대여(對與) 투쟁 전략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지만, 최근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 거취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인사들의 인적 청산 문제가 핵심 주제가 됐다. 비공개 토론에서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당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단합이 중요하다”며 인적청산 반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최근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을 ‘사법 적폐’라고 공격하는 여권 인사들과 달리 박 전 대통령 재판에 미온적인 보수 진영의 대응을 성토하는 발언도 나왔다고 한다.
당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은 공개석상에서 ‘제일 야한 닭은? 홀딱’ ‘완전 X됐다’ 같은 부적절한 농담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천안=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洪 “朴 3심 판결까지 기다리자는 건 다 망하자는 것”
입력 2017-08-24 19:15 수정 2017-08-24 2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