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창조경제 1호 기업의 몰락… 배경엔 ‘의혹의 연기’

입력 2017-08-24 17:59 수정 2017-08-25 10:29

박근혜정부가 내걸었던 창조경제의 기린아는 대기업이 아닌 카이스트 최초의 자회사, 창조경제 1호 벤처기업으로 꼽혔던 아이카이스트였다. 2011년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된 아이카이스트(대표 김성진·사진)는 박근혜정부에서 중동 진출과 영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등 급성장했다. 그런데 김성진(33) 대표는 지난해 9월 돌연 170억원대 사기와 탈세 등 혐의로 대전지검 특수부에 구속됐다. 극과 극 행보는 화려한 정·관계 인맥을 과시했던 기업인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기업인과 정부의 비호 의혹이 뒤섞인 결과로 보인다.

국민일보는 2013∼2016년 김 대표의 원고지 2만7000장 분량 업무지시 대화록, 회사 서버에 저장된 김 대표 일정표, 400기가바이트 용량의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 아이카이스트에 거액을 투자한 투자업체 대표 A씨와의 대화 녹취,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했다.

김 대표 일정표에는 국회의원, 박근혜정부 청와대 참모·고위 공무원, 국가정보원, 언론 및 재계 최고위층 인사 등과 400여 차례 회동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김 대표는 몇몇 회동에 앞서 100만원권 수표 다발, 5만원권 수백만원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아이카이스트 관계자는 24일 “모두 회사 내부 문서와 서버에 기록된 일정표가 맞다”고 국민일보에 확인했다.

김 대표의 인맥 과시는 정·관·재계를 아울렀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투자업체 대표 A씨를 만나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를 ‘회장님’이라 부르며 친분을 과시했다. 녹취에 따르면 김 대표는 당시 ‘정윤회씨가 아직 힘이 있느냐’는 A씨의 질문에 “그럼요. ○○○ 청와대 수석 아직 살아 있지 않나. 저를 정 회장님과 몇몇 톱클래스들이 돕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3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서울 모처에서 만나 사진을 찍었다. 다음 달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찾아 아이카이스트 제품을 시연했다. 아이카이스트는 2015년 5월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한 인천 세계교육포럼에도 유일한 민간 기업으로 참석했다. 같은 해 유엔 해비타트와 10조원대 스마트스쿨 보급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대전지검은 올해 초 로비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김 대표를 자주 만났던 고위 공무원들과 아이카이스트 부사장으로 영입된 바 있는 정윤회씨의 동생 민회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구치소에서 출석을 거부하거나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국민일보는 정씨와의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김 대표의 변호인은 “정씨와의 관계는 재판에 필요한 내용 외엔 모른다. 김 대표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뭘 했는지는 우리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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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이종선 김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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