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주택협회장 자리는 건설사 CEO 무덤?

입력 2017-08-25 05:00

건설업계에서는 한국주택협회장 자리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의 ‘무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 규제와 4대강 사업 조사, 주거 복지를 추진하는 현 정부 기조에 부담을 느낀 건설사 수장들이 회장직을 서로 맡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분위기다.

한국주택협회는 24일 서울 강남구 임페리얼팰리스호텔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김한기 전 대림산업 사장의 회장직을 차기 정기총회까지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사장은 지난 10일 1년5개월 만에 사장직을 돌연 사임해 겸직하던 주택협회장직까지 내려놓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1978년 설립된 주택협회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와 정치권에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이익단체다.

그런데 협회장직은 건설사 사장들과 악연이 있다. 박창민 전 대우건설 사장이 대표적이다. 2012년 3월부터 제9대 협회장을 맡았던 박창민 당시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2014년 12월 고문으로 물러난 뒤에도 2016년 3월까지 주택협회장직을 유지했다. 이후 지난해 8월부터 대우건설 사장을 맡아오다 최순실 낙하산 의혹에 휘말렸고 결국 지난 14일 사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형 건설사 CEO들은 주택협회장 자리를 꺼리는 상황이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의 경우 국내 건설경기가 불투명한 가운데 봉사직인 주택협회장을 맡으면 무보수로 상당한 시간을 협회장 업무에 들여야 하는 고충이 있다. 또 문재인정부가 8·2 부동산 대책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놓고 4대강 사업을 재조사하는 등 건설업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도 CEO에겐 부담이다.

일각에선 회원사 내부에서도 인기를 잃은 주택협회가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회는 대선 전 각 후보 캠프에 서민주거 안정과 내수 진작을 들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3년 유예와 후분양제 반대 등의 건의안을 냈다가 눈총을 샀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간접자본(SOC) 발주가 감소하면서 건설사의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협회가 주거복지와 연계한 새로운 이익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크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