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씁쓸한 한·중 수교 25주년… 위기 넘어 미래로

입력 2017-08-24 18:21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았으나 양국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양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성장을 갖추지 못한 양국 관계는 사드와 북핵 문제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양국은 수교 기념일인 24일 서울과 베이징에서 따로따로 행사를 치렀다.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한 지난 2년과 비교할 때 양국 관계가 얼마나 냉랭한 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특히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경제보복과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의 언급은 우리를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대(對) 중국 정책의 재정립과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교 이후 양국은 긴밀한 소통과 교류 협력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동번영, 더 나아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평화·발전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 주석은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면서도 “정치적 상호신뢰를 공고히 하고 이견을 타당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언급한 ‘이견’은 사드 배치를, ‘타당하게 처리’는 철회를 의미함이 분명하다. 잔칫날 메시지라기엔 고약하다. 문 대통령이 실질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희망한 반면 시 주석은 외교적 압박을 가한 것이다. 비정상적 한·중 관계를 상징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양국은 수교 후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우리의 중국 교역량은 33배 커졌다. 인적교류도 100배나 많아졌다. 중국도 우리와의 교역을 토대로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지금도 수출품의 상당 부분은 한국산을 중간재로 활용한다. 우리는 중국이, 중국은 우리가 성장 동력이 될 정도로 서로 윈·윈 관계를 형성해왔다. 정치·외교적으로도 양국은 ‘협력 동반자’에서 ‘전면적 협력 동반자’를 거쳐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사드 보복을 보면 중국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커녕 우리를 자주적이고 독립적 국가로 인정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은 북핵문제에서 야기됐고, 이는 다시 다자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고 답이 없는 건 아니다. 운신의 폭은 좁지만 당당하게 원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비온 뒤 땅은 더 굳어진다고 했다. 양국은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고, 정치·외교적 관점에서도 협력이 필요한 사이다. 당장 힘들다고 우회하거나 회피하면 비정상적이고 불평등한 양국 관계는 오래가고 반복될 수 있다. 비록 수교 25주년을 전례 없는 갈등으로 맞지만 이것이 양국의 발전적 미래를 향한 산통(産痛)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중 정상회담도 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