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감정과 행동, 언어를 교류하면서 행복을 느낍니다. 그만큼 인간관계가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원만한 부부관계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자아 존중감을 높일 수 있는 소중한 관계입니다.”
박효순(56) 파스카상담코칭센터 소장은 행복한 삶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안정된 결혼생활’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자기실현을 이뤄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졸혼’의 의미는 인생 후반기에 서로 의존에 벗어나 자립하자는 것인데, 이는 심리학자 칼 융이 말하는 중년기 발달과업인 ‘자기실현 욕구’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우리가 관계 안에서 행복을 누리게 하셨습니다. 인간의 자아실현은 혼자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수용하면서 이루어집니다.”
박 소장은 교회에서 중년기 결혼생활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길 바란다며 중년기엔 ‘졸혼’이 아닌 결혼 학교에 다시 입학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복한 졸혼을 위한 조건이 행복한 결혼의 조건과 다르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진정한 결혼의 의미를 깨닫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충고다. “사랑의 감정이 넘치는 신혼 초에는 부부가 서로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지만 그 행복을 유지하려면 부부 공동의 꿈과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박 소장은 초등학교 교사로 23년간 재직한 후 백석대학교에서 상담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서울가정법원 산하 솔루션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후 현재 서울가정법원 상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파스카상담코칭센터를 운영하며 상처입고 지친 사람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최근엔 ‘이혼 심리와 상담’(교육아카데미)을 펴냈다.
박 소장은 “2011년까지는 결혼기간 4년 이하 부부의 이혼이 가장 많았으나 2012년부터는 20년 이상의 이혼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혼의 주된 사유가 성격 차이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들은 다양한 이유를 갖고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부부간 의사소통 개선 노력과 갈등 대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5년 이혼건수는 10만9200건에 이른다.
“부부갈등의 위험 신호는 대화 단절입니다.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는 비난의 말로 대화를 시작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지 않습니다. 또 부부가 각방을 쓰고 1∼2년 이상 친밀한 신체접촉이 없으면 대체적으로 별거와 이혼으로 이어집니다.”
그는 상담 현장에서 이혼 결정을 잘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만날 수 없었다.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주로 ‘땅이 꺼진 것 같았어요’ ‘마음에 회오리바람이 불었어요’라는 외롭고 슬픈 감정이었다.
이혼 후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속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그는 회복 단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가족들의 무조건적인 지지, 마음을 나눌 친구들과의 교류, 신앙적인 믿음, 자존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 등을 꼽았다.
그는 이혼가족 상담을 통해 신앙을 가진 사람이 회복 탄력성이 높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인간에게는 치유의 에너지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자유의지에 따라 하나님을 신뢰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은 회복 탄력성이 높았으며, 자녀들 또한 이혼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잘 견뎌냈습니다. 믿음 생활을 하는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표현하지 못하는 괴로운 심정 때문에 하나님 앞에 나가 기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신앙생활을 통해 자존감이 회복되고 불안정한 마음이 진정되며 건강한 자아로 회복되는 것입니다.”
그는 행복한 가정은 이야기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지만 역기능 가정은 조용하다며 건강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가족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의 권위가 있는 가족, 유머와 활력이 넘치는 가족,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는 가족, 맡은 역할을 적절하게 하는 가족은 행복합니다. 또 서로 경청하고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가족은 행복합니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중년기는 졸혼 아닌 ‘결혼 학교’ 입학할 시기”
입력 2017-08-26 00:01 수정 2017-08-27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