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의 희망, 유소년 축구팀 한국 온다

입력 2017-08-24 00:04
남수단 유소년 축구대표팀 감독 임흥세 선교사(뒷줄 오른쪽 여섯 번째)가 선수들과 훈련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흥세 선교사 제공
남수단 유소년 축구팀 대표선수의 찢어진 축구화.임흥세 선교사 제공
“상처와 아픔의 땅 남수단에 희망을 선물하기 위해 이제 대한민국으로 날아갑니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23일 오전(현지시간) 전화기 너머로 전해진 임흥세(62) 선교사의 목소리엔 떨림이 가득했다. 임 선교사는 이날 남수단공화국의 15세 이하(U-15) 유소년 축구 대표선수 16명과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남수단 주바 국제공항을 출발해 에티오피아, 홍콩을 거쳐 인천에 이르는 30여 시간의 여정이다.

선수단은 26일부터 경북 영덕에서 열리는 국제축구대회에 참가한다. 한국 유소년 축구팀을 비롯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 스페인 말라가 등 세계적인 유소년 클럽팀이 참가하는 대회다. 유소년 축구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은 2014년 창단 이래 처음이다. 남수단 축구 국가대표팀과 유소년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임 선교사가 내전과 기근, 난민 증가 등으로 얼룩진 남수단의 상황과 국민들에게 희망 메신저가 돼주고 있는 축구팀 사연을 주최 측에 알리면서 초청을 이끌어낸 것이다.

임 선교사는 “2012년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한 지 5년 만인 지난 4월 남수단 축구 국가대표팀이 A매치 원정 첫 승전보를 전했을 땐 전국이 축제 분위기였다”(국민일보 2017년 4월 26일자 33면 참조)며 “이번엔 남수단의 미래를 짊어진 유소년팀이 형님들의 뒤를 이어 조국에 희망을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남수단에서 ‘기도의 전사들’로 알려져 있다. 훈련의 시작과 끝엔 늘 기도가 선수단을 하나로 모은다. 임 선교사는 “전원이 크리스천인 유소년팀도 국가대표들의 ‘기도 DNA’를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했다.

“우리 선수들에겐 운동장이 곧 예배 장소고 기도처입니다. 운동장에서 주님의 영광을 위해 하나 되고 내전으로 상처 입은 국민들에게 멋진 경기를 펼쳐 희망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똘똘 뭉쳐 있습니다.”

지금도 지방 곳곳에선 부족 간 전쟁으로 인해 주민 수백만명이 우간다 에티오피아 국경으로 떠나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유·청소년들은 소년병으로 내몰린다. 구멍 난 축구화를 신고 바람 빠진 축구공으로 훈련해야 하는 현실이지만 선수들에겐 그라운드 위를 달리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축복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스켈리도 스포츠재단 등 여러 기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훈련은커녕 대회 참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 여권 만들 돈이 없어 김기춘 남수단 한인회장이 사재를 털기도 했고요. 귀하게 뿌린 기적의 씨앗이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십시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