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엄동설한에도 봄은 온다… 통일부, 준비 착실히"

입력 2017-08-24 05:00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교부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고 말했다. 보수 정권에서 폐지론이 불거질 만큼 입지가 축소됐던 통일부에 주도적인 역할을 주문하며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지금 북한의 도발로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지만 통일부는 봄이 왔을 때 씨를 잘 뿌릴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통일부 폐지 움직임도 있었고, 주요 정책결정에 통일부가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남북경제구상을 실현하는 데 통일부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의 핵심 축인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통일부의 역점 과제로 직접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 뒤 이어진 집중토론에서도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투 트랙론을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국익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화가 열리는 시점이 되면 그런 과정도 국민들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게 좋겠다”고 주문했다. 임기 내 남북 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동시에 ‘비밀 접촉’ ‘깜짝 선언’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뜻이다. 통일부는 이날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로 남북대화 재개와 남북관계 재정립을 보고했다.

외교부는 북·미 관계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긍정 신호로 평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이 행정부 내 각급 메시지에 녹아 있다”며 “한·미 간 대북 제재와 압박을 유지하면서 대화의 기회를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핵·미사일을 당면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확고한 한·미동맹과 함께 주변국과의 협력 외교로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핵 국면 전환 여부에 주목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과 그 직후 북한 도발이 없으면 북·미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우리 정부가 제안한 각종 남북 회담도 일단 동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속단하기는 이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미 접촉에 따른 의미 있는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인지, 심리전 차원의 수사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주최 특강에서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완전히 개발하고 완성단계로 머지않아 가게 된다면 ‘게임체인저’나 ‘코리아패싱’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며 “가능한 평화적 수단을 동원해 그렇게 가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