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 대표팀 첫 발탁 권경원 “이란·우즈벡 2연전 승리 좋은 옵션이 되고 싶어”

입력 2017-08-23 21:53
한국 축구 대표팀 수비수 권경원(오른쪽)이 22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차두리 코치(왼쪽)의 지도를 받으며 남태희와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대표팀 선수들은 23일에는 부상방지 예방프로그램 등 실내훈련을 소화했다. 뉴시스

권경원(25·톈진 취안젠)은 전북 현대 소속이던 2015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그는 어느 날 UAE 클럽인 알 아흘리와의 친선경기가 나섰다. 이 경기가 그의 축구 인생을 바꿔 놓았다. 당시 알 아흘리를 이끌었던 코스민 올라로이우 감독과 로이 아이트켄 기술이사는 그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반했다. 스코틀랜드 셀틱 FC의 레전드 아이트켄 기술이사는 한 호텔 로비에서 최강희 전북 감독을 붙잡고 “권경원을 주지 않으면 여기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그렇게 권경원은 2015년 2월 알 아흘리로 이적했다. 그는 무명이었지만 꿈이 컸다. 2016년 1월 전북의 아부다비 전지훈련장을 찾은 그는 “이곳에서 실력을 인정을 받은 뒤 유럽으로 진출하고 싶다. 그보다 더 간절한 꿈은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뛰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1년 7개월 만에 간절했던 꿈을 이뤘다. 지금 그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13년 전북에 입단한 권경원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그해 20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2014 시즌엔 5경기 출전에 그쳤다. 전북의 선수층이 워낙 두터웠기 때문이었다. 알 아흘리로 이적한 그는 자신의 재능을 활짝 꽃피웠다. 이적 첫해였던 2015년 알 아흘리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권경원은 아시아 시장에서 블루칩으로 떴다. 중국의 톈진 취안젠은 지난 1월 이적료 1100만 달러(약 125억원)에 그를 영입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파비오 칸나바로 톈진 감독은 권경원의 재능을 알아보고 주전으로 출전시키고 있다. 전북 입단 당시 3000만원이었던 연봉은 이제 300만 달러(약 34억원)로 껑충 뛰었다.

권경원은 23일 파주 NFC에서 취재진을 만나 “간절함 속에서 훈련하고 있다”며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느끼기보다는 이란전(31일)과 우즈베키스탄전(9월 6일)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다”고 각오를 전했다. 또 “이란, 우즈베키스탄 2연전 승리를 위한 하나의 좋은 옵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권경원은 전날 수비 훈련 때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멀티 능력을 뽐냈다. 그는 훈련이 끝난 뒤에도 차두리 코치 등에게 특별 지도를 받는 등 열의를 보였다.

대표팀은 이날 필드 훈련 대신 실내에서 웨이트트레이닝과 스트레칭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이틀 동안 선수들이 평소보다 더 긴장한 상태에서 훈련에 욕심을 내 부상 우려가 있다고 판단, 실내 훈련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 대표팀은 오는 26일 오후 입국할 예정이다.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 지은 이란이 이례적으로 조기 입국하는 것은 시차와 환경에 충분히 적응해 아시아의 강호 한국과의 최종예선 9차전(31일)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파주=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