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지명에 “대법원 알박기”… 억지 부리는 野

입력 2017-08-23 19:06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이 22일 오후 양승태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최현규 기자

자유한국당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에 대해 ‘사법의 정치화’ ‘사법부 장악 시도’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김 후보자 지명은 향후 계속될 국정농단 재판을 현 정부에 유리하게 이끌어가겠다는 정략적 의도가 깔린 ‘대법원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청와대는 전대협 주사파들이 장악했고 모든 분야에서 나라가 급격히 좌편향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이며 판사 출신인 이주영 의원은 “김 후보자는 ‘법원 내의 하나회’로 여겨졌던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장을 지낸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을 사법부 수장으로 지명했다는 것은 사법부를 특정조직 출신들로 줄 세우고 대다수 양심적인 판사들을 축출하는 ‘사법쿠데타’라고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주권시대를 부르짖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적폐조직에서 활동하던 판사를 대법원장에 지명한 것은 적폐를 옹호하는 것이자, 국민을 피지배자·핫바지로 만드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바른정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면서 “우선 청문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법조계에선 김 후보자가 좌편향이라는 일부 야당의 비판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 후보자가 법관의 독립성을 강조해온 만큼 특정한 정치적·이념적 편향은 오히려 자리 잡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김 후보자는 판사들이 정치적 영향력 없이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결론을 내리는 법관의 독립을 강조했고, 이는 그 자체가 가치중립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그가 재판장 역할을 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모습도 정치권이 우려하는 ‘알박기’와는 다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가 과거의 대법원장들과 달리 9명의 대법관을 선배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법연수원 기수가 대법관들보다 높은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컸지만, 앞으로는 전례 없이 수평적인 전원합의체가 탄생해 자유로운 논쟁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법관은 “새로운 전원합의체 구성은 법률문화 개선에도 일조할 환경”이라고 말했다.

법원 안팎에선 “법관의 개인적 신념과 직업적 양심은 구분된다”는 말도 많이 나왔다. 김 후보자가 사법행정권 차원에서 개혁적 성향을 보인 것은 맞지만 이미 마련된 법 체계에서 벗어나 대법원 판례들을 임의로 세울 수는 없다는 의미다.

글=하윤해 이경원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