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기업에 ‘비정규직→정규직 전환’ 압박 본격화

입력 2017-08-24 05:01

정부가 민간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본격적으로 압박한다. 644만4000명(통계청 집계)에 이르는 민간기업의 비정규직을 대폭 줄일 방침이다. 상시·지속 업무의 경우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는 범정부 차원의 로드맵도 마련한다. 또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벤처·중소기업은 물론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의 ‘유턴’을 적극 지원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다음 달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3차 회의 안건으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상정한다고 23일 밝혔다.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이날 일자리위 출범 100일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향후 5년의 일자리 정책 기본방향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확정·발표하는 로드맵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정책의 방향이다. 그동안 일자리위는 1차 회의에서 조직 구성을 결정했고, 2차 회의에서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체계 구축과 중장년층 재취업 방안을 논의했다.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정책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일자리위는 로드맵을 통해 문재인정부가 공약으로 제시한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처우 개선방안’을 한층 구체화할 예정이다. 우선 민간부문에서도 상시·지속적이거나 생명·안전과 관계되는 업무에 정규직을 채용토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임금격차 해소를 비롯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도 한 축이다. 기업 등에서 비정규직을 써봤자 실익이 없도록 제도를 설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대상은 파견·용역을 제외한 기간제 근로자다. 공공부문의 경우 파견·용역 등 간접근로까지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한 것과 차별화했다. 이 위원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원칙을 확대하면 임금 차이가 좁혀져서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동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불가피한 상황일 때 비정규직 사용에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한시적으로 대신하거나 일·가정 양립을 위해 근로자가 시간제 근로를 신청한 경우 등에는 비정규직을 허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의 중심에는 벤처·중소기업과 사회적경제를 둔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제도나 ‘유턴기업’ 유치제도 개편을 곁들일 계획이다. 고용창출 파급력이 큰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경영계를 중심으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자리의 질적·양적 향상 방안을 담는 반면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같은 시장친화적 대책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 순위는 139개국 중 83위였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일자리 창출과도 맞닿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위원장은 “고용안정성과 재취업 활성화를 강화한 이후에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