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대기 관련 특별조사를 지시함에 따라 진상규명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회에 진상규명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국방부에 특별조사를 지시한 것은 행정부 차원에서 일차적으로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진상규명 작업의 핵심은 시민들을 향한 발포와 전투기 출격대기를 지시한 과정을 밝혀내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 등에서 끈질기게 추적했지만 현재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의혹들이다.
국회는 지난 1988년 광주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했다. 광주 청문회 등을 통해 일부 진실이 드러나자,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백담사에 은둔했다. 1994년에는 ‘5·18 진상규명과 광주항쟁 정신 계승 국민위원회’가 출범하는 등 진상규명 작업이 지속돼 왔다.
하지만 헬기 사격에 대한 진상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조비오 신부 등 많은 시민들이 광주 전일빌딩에 헬기가 기총사격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지만, 국방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러 차례의 조사 과정에서도 군 내부는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여기에 당시 전투기 출격대기 의혹까지 제기되자, 문 대통령이 직접 특별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3일 “진상 규명에는 발포 명령자 조사를 포함한 모든 게 다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독립적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당시부터 전일빌딩을 방문하는 등 진상규명 의지를 밝혀 왔다”면서 “이제 모든 것에 대해 진상규명을 정확하게 할 때가 왔고, 국회 관련 법안 통과 이전에라도 출격대기 명령 등은 정부 차원에서 규명 노력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다만 정부 조사보다는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돼 진상규명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는 지난달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5당 구도의 복잡한 정치 지형 속에 국회 통과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 대변인은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이 편리하긴 하지만 권위 있는 규명 작업은 국회의 특별법이 통과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문 대통령도 정부 조치보다는 특별법이 처리돼 진상 규명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관련 단체들은 조속한 특별법 처리를 촉구했다. 5·18재단 관계자는 “군은 과거에도 5·18 관련 기록을 은폐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며 “특별법을 처리해 조사권을 지닌 진상규명특별위원회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5·18 기념사에서 밝힌 대로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담는 문제도 개헌 과정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5·18 ‘발포명령·헬기사격·출격대기’ 베일 벗긴다… ‘진상규명위’ 검토
입력 2017-08-2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