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리는 공매도 규제 고삐 죈다

입력 2017-08-24 05:00

지난 6월 20일 게임개발업체 엔씨소프트 주가는 하루 만에 11.41% 추락했다. 모바일게임 ‘리니지M’에 아이템 거래소 기능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이날 공매도 거래대금은 762억원으로 2003년 상장 이후 최대치였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주가가 떨어진 뒤 되갚아 차익을 남기는 기법이다.

지난 3월 도입했던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제도는 무용지물이었다. 엄격한 기준 때문에 사상 최대 규모의 공매도에도 엔씨소프트는 과열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엔씨소프트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23일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공매도가 집중된 종목의 다음날 공매도를 하루 동안 금지하는 ‘과열종목 지정’ 제도의 선정 기준이 대폭 완화된다.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공매도를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는 시행 후 4개월 간 지정건수가 코스피 5건, 코스닥 6건에 불과하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행 제도는 ‘당일 주가 하락률 5% 이상’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비중 20% 이상’ ‘직전 40일 평균 공매도 비중의 2배 이상’ 등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한다. 엔씨소프트는 6월 20일에 공매도 비중이 17.8%에 그쳐 과열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공매도 비중 기준을 코스피 18%(코스닥 12%)로 낮추기로 했다. 평균 공매도 비중과 관련된 기준은 코스피의 경우 직전 40일 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의 6배 이상으로 변경했다. 엔씨소프트처럼 전체 거래대금이 늘면서 공매도 비중이 줄어들게 되는 ‘구멍’을 없애자는 취지다. 주가가 10% 이상 떨어질 경우 거래대금 기준만 추가로 충족하면 과열종목에 지정된다. 예를 들어 6월 20일 엔씨소프트 사례에서 달라지는 제도를 적용하면 주가는 11.41% 급락했고 공매도 거래대금은 직전 40일 평균의 7배 이상이었기 때문에 과열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

금융위는 기존 제도를 통해 지난 4개월 간 16.6일마다 과열종목이 나왔지만 개선된 제도에서는 평균 5.2일마다 과열종목이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차입 공매도 금지 규칙 등을 어길 경우 과태료는 현행 750만∼1500만원에서 4500만∼5400만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금융위는 공매도 실거래 주체를 공시하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래 내역 제출 요구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실질적으로 공매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