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폭발사고’ 부대 헌병 부사관, 부대 흙 3750t 빼돌려

입력 2017-08-23 19:47
K-9 자주포 폭발사고가 일어난 육군 5군단 예하 부대 헌병 부사관이 부대 내 흙 3750t을 몰래 빼돌렸다. 지휘관은 이를 묵인했다.

군인권센터는 23일 5군단 예하 부대 부사관 이모 원사가 지난달 초 헌병단 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나온 흙을 본인 가족 소유 농토로 옮겼다고 밝혔다. 이 원사는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 때문에 밭의 흙이 유출됐다’는 내용의 민원을 만든 뒤 민원 해결 차원에서 흙을 제공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사가 유출한 흙은 25t 트럭 150대 분량이다.

육군의 다른 감찰라인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 원사가 소속된 5군단 헌병단은 어떠한 형사 절차도 밟지 않았다. 헌병단장 백모 대령은 이 원사가 다음 달 1일부터 전역 예정자를 위한 전직교육을 받도록 조치했을 뿐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의 사법기능이 마비됐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부정부패를 엄단할 군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지휘 책임이 있는 책임자가 범죄를 덮어버린 일”이라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백 대령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군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