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전일빌딩서 무슨 일이… 10층에 245발 기총사격 탄흔

입력 2017-08-23 19:23 수정 2017-08-23 21:37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전인 지난 3월 20일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을 찾아 총탄 자국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전일빌딩 헬기 기총사격’ 의혹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무차별적 진압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계엄군이 시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무장헬기까지 동원해 대량살상이 불가피한 군사작전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시민군들이 옛 전남도청과 함께 마지막까지 항쟁을 벌인 전일빌딩 10층 내부와 외벽은 기총사격 탄흔이 무더기 발견된 것을 계기로 지난 14일 5·18사적지 제28호로 뒤늦게 지정됐다.

지난 2월 출범한 광주시 5·18진실규명 자문단은 “5·18민주화운동이 막바지에 달한 5월 27일 새벽 4시부터 5시30분 사이에 전일빌딩을 향한 헬기 기총사격이 자행됐다”고 23일 밝혔다. 군과 정부의 관련 자료, 군 전역 인사 등을 꼼꼼히 조사하고 면접 인터뷰한 결과다.

당시 계엄군의 만행에 분개한 시민군은 금남로 첫 들목의 전일빌딩과 광주YMCA 건물에 화력을 집중 배치했다. 광주의 최대 간선도로인 금남로에서 시민군들이 본부로 사용하던 옛 전남도청으로 가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길목이었기 때문이다. 시민군은 탱크를 앞세운 계엄군이 금남로에 발을 디딜 경우 선제적으로 제압하고 맞서기 위해 시야 확보가 뛰어난 전일빌딩에 매복했다.

5·18진실규명 자문단 관계자는 “계엄군이 최후의 진압작전에 앞서 시민군 화력을 잠재울 목적으로 61항공단 예하 202, 203대대 소속 UH-1H 헬기를 동원했고 기체에 거치된 M-60 기관총 수백 발을 수평 또는 하향 각도로 전일빌딩 등을 향해 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전일빌딩 등에는 무장한 50여명의 시민군들이 분산돼 있었다.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245발의 탄흔을 정밀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월 “건물 내부 천장과 유리창에 난 탄흔의 각도 등을 볼 때 호버링(일정한 고도를 유지하고 움직이지 않는 상태) 비행 중인 헬기가 공중사격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금남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던 전일빌딩에 헬기와 같은 비행체가 아니라면 10층 내부 깊숙한 곳까지 사격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국과수의 결론이었다.

광주도시공사는 2011년 법원 경매에 나온 전일빌딩을 136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낡은 콘크리트 건물을 헐고 국립아시아전당 부속시설로 신축하려다 기총사격 탄흔이 발견되자 원형보존을 결정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