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를 여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가계대출)에 신용카드 결제와 자동차 할부금 등(판매신용)을 모두 합친 가계신용이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1388조2914억원을 기록했다. 4∼6월에만 29조원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34조원)과 비교해 증가세는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잔액 기준 사상 최고치다. 2013년 2분기 이래 16분기 연속 가계부채 증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23일 2분기 가계신용 잠정치를 발표했다. 1분기 가계부채 급증세를 주도했던 저축은행, 상호금융, 신협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분기 증가세가 주춤했다. 정부가 3월부터 제2금융권을 대상으로 강력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효과다.
반면 은행권이 문제였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2분기에 6조3000억원 늘어나 1분기 6000억원 증가세와 견줘 10배 이상 증가폭을 키웠다.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이 포함된 은행권 기타대출도 5조7000억원이나 뛰었다.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분기별 증가액으로 최고치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증가폭이 두드러진다.
한은은 불붙었던 주택 경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거래 증가, 집단대출의 꾸준한 취급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파악한 4∼6월 전국 주택매매량은 25만8000가구로 1분기 19만9000가구보다 6만가구 가까이 많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며 주택매매를 촉진한 측면이 있다. 은행권의 기타대출이 늘어난 것은 5월 황금연휴에 소비가 확대되면서 신용대출이 증가한 데다 주택매매 계약금,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 일부 포함됐기 때문이다.
은행권 신용대출이 급증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뱅크 영업개시일은 지난달 27일이라 2분기엔 케이뱅크만 영업을 했다.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신용대출을 추가로 늘렸다기보다 기존 대출이 옮겨온 효과가 컸다”고 덧붙였다.
한은의 가계신용 잔액(6월말 기준)에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공개한 가계부채 속보치 9조5000억원을 더하면 이달 하순 현재 가계부채는 1400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가계부채의 급증세는 3분기에 꺾일 가능성이 높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8·2 부동산대책과 다음 달에 내놓을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정책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390만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신용평가기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전체 채무자 1875만명의 21%인 390만명이 다중채무자였다. 이들이 보유한 채무총액은 450조원, 1인당 부채는 1억1529만원으로 추정됐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 1400조 육박 사상 최대
입력 2017-08-2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