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며 “어쩌면 뭔가 긍정적인 것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미국과 대화를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한·미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끝나면 북·미가 본격적인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개최한 집회에서 “김정은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나는 존중한다”며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지만 뭔가 긍정적인 것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협상이나 모종의 타결을 시사한 건 처음이다.
이에 앞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례적으로 북한을 칭찬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후 아무런 도발을 하지 않은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화로 이어지는 시그널의 시작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길게 설명하고 난 뒤 북한 문제를 따로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이후 미사일을 쏘거나 도발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북한 정권이 예전에 보지 못한 수준의 자제력을 보여준 것이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가 고대하던 신호의 시작이기를 바란다. 북한이 긴장 수위를 억제하고 도발 행동을 자제하고, 그래서 어쩌면 가까운 장래에 대화로 이어지는 길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북한이 좀 더 보여줘야 하지만 현재까지 북한이 취한 조치들은 인정하고 싶다”며 “이걸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언급은 모두 북한에 대한 메시지가 분명한 발언이었다. 도발 중단이 어느 정도 지속되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해석됐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통신 등도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보도했다.
북한은 실제 괌 포위사격을 예고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또 UFG 훈련이 시작된 이후에도 예년과 달리 도발 행동을 하지 않았다. 북한이 괌 포격을 유예한 뒤 한·미가 UFG 훈련 규모를 축소하면서 사실상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등 미군 지휘부가 지난 22일 오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외교적 해법을 강조한 것도 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을 자제한 기간이 보름 남짓에 불과하고, 조만간 또 다른 형태의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투데이 포커스] UFG 이후… 北-美 ‘대화 시그널’
입력 2017-08-23 18:23 수정 2017-08-23 2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