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재활의학 인프라가 전무하던 1987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북쪽 끝에 연세대 세브란스 재활병원이 개원했다. 이 병원을 시작으로 국내 재활의학 지평이 열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내 1호 재활병원인 연세대 세브란스 재활병원(원장 신지철)이 올해 개원 30주년을 맞았다. 개원 당시 우리나라에는 재활의학 전문의가 고작 50명에 불과했다. 이런 척박한 토양에서 세브란스 재활병원은 묵묵히 재활환자를 돌봤고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신지철 원장은 30주년을 지나 100년으로 향하는 세브란스 재활병원의 미래를 희망으로 채워가고 있다. 지난 11일 세브란스 재활병원 원장실에서 만난 신 원장은 “세브란스 재활병원이야말로 세브란스 병원의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상징적 기관”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기독교 정신이 없었다면 이 병원이 지금까지 유지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재활병원은 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의료수가가 낮아서다. 대부분의 대형 종합병원이 재활병원을 운영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브란스 재활병원은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에 170병상과 첨단치료실·장비를 갖춘 병원으로 성장했다. 재활의 범위는 매우 넓다. “재활은 단순히 장애인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예비 장애인은 물론이고 기존 장애인의 고령화와 이에 따른 장애의 악화를 막는 일까지 재활의학의 영역이죠. 우리 병원은 이를 감안해 뇌졸중과 뇌손상, 척추손상, 소아재활, 절단재활, 노인재활, 심장호흡재활클리닉 등 여러 분야를 특성화했습니다.”
서른 살이 된 병원은 자화자찬하는 행사를 뒤로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기로 했다.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나눈다’는 원칙 아래 2017년을 나눔 사역의 원년으로 삼기로 했다. “개원할 때부터 독일교회의 도움을 받았고 이후에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도 한 독지가가 거액을 기탁하기도 했습니다. 받을 수만 없어 나눔 사역을 하게 됐습니다.” 신 원장의 말이다.
재활병원은 ‘The New Start 3-10-30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재활병원의 의료진 3명을 매년 초청해 교육하는 일과 국내 재가 장애인 10명의 치료를 후원하는 것이 골자다. 병원은 사업의 규모를 향후 10년 동안 10배로 늘릴 예정이다.
사업 첫해인 올해는 몽골국립대학병원 의료진 3명을 지난 4월 국내로 초청해 연수 기회를 제공했다.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의료진은 몽골국립대병원 안에 재활의학센터 설립을 진행 중이다. 국내 재가 장애인 10명도 관계기관을 통해 추천받아 지원하고 있다.
신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교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그는 “재활이 6개월, 1년 사이에 끝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게 현실입니다. 교회가 재활이 필요한 환자의 인생을 책임져 주는 건 어떨까요. 일회성 지원도 감사하지만 한 생명을 살리는 일, 교회가 관심을 주신다면 상상할 수 없는 결실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늘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기독교 정신으로 재활의학 이끈다
입력 2017-08-24 00:03 수정 2017-08-24 0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