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개신교 선교 사역에 위험 신호가 들어왔다. ‘테러방지법’ 시행 1년이 지나면서 현지 사역자들이 느끼는 선교 장벽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7월 테러방지법(일명 야로보이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개신교 선교 활동을 제한하고 공식 허가를 받은 교회 건물 이외에서의 종교행위를 막는다. 신앙의 자유는 허용하지만 전도할 자유는 금해 ‘반선교법(Anti-Missionary Law)’으로도 불린다.
국민일보는 지난 16∼19일(현지시간) 서울 대치순복음교회(한별 목사)가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진행한 한국·러시아 종교개혁 500주년 연합성회에 동행 취재했다. 지난 18일 현지 사역자들을 만나 러시아 선교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안드레이 하루쉰카(서부시베리아오순절교회연합 노회장) 목사는 “테러방지법은 사실상 개신교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며 “정부가 교회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도지나 종교적인 내용이 담긴 출력물 등에 교회 이름과 주소를 정확하게 적지 않거나 정부 허가 도장을 받지 않은 게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배경에는 강한 영향력을 가진 러시아정교회(정교회)의 텃세가 자리하고 있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 24년째 사역 중인 김노아(성 바울신학교) 선교사는 “러시아정교회는 개신교를 이단시하며 배척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 공식행사가 있을 때 행정·사법·입법부의 3부 요인과 정교회 총대주교가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고 전했다. 쉬마코브 예브게니(반석위에 교회) 목사도 “최근 교회를 짓다가 정교회 신부가 정부기관에 이단이라며 신고해 조사를 받았다”며 “큰 문제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개신교 선교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고 하소연했다.
정교회 영향력은 지대하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2014년 2월 정교회 신자가 급증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센터에 따르면 1991년까지 정교회 신자는 러시아 전체 인구의 약 31%였으나 2008년 72%까지 늘었다.
실제로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진행 중인 소송 중 정교회 관련 건은 거의 없다. 노르웨이 매체인 ‘포럼18’은 테러방지법이 통과된 이후 진행된 186건의 소송에서 개신교가 60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여호와의증인(41건), 침례교(28건), 기타 종교(57건) 등이 나머지를 차지했고 정교회 관련 소송은 한 건뿐이었다. 테러방지법이 개신교 등 타 종교를 겨냥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하루쉰카 목사는 “러시아 전역에서 교회가 정부 감시를 받고 있다”며 “현재로선 법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조심스레 선교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노보시비르스크=글·사진 구자창 기자critic@kmib.co.kr
러시아 ‘反선교법’ 시행 1년… 선교 사역 적신호
입력 2017-08-2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