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밤 10시45분, KBS는 2TV를 통해 독특한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방송의 러닝타임은 고작 15분. 스튜디오에는 방송인 김생민 송은이 김숙 3명이 등장했는데, 뒷벽엔 이런 문구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돈은 안 쓰는 것이다.’
프로그램 제목은 ‘김생민의 영수증’(이하 영수증). 총 6회 분량으로 제작된 조촐한 방송이지만 이 프로그램의 탄생 배경을 안다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영수증은 아이튠스 팟캐스트 청취 순위 1위인 화제의 온라인 콘텐츠다. 지난 6월 19일 인터넷에 처음 업로드된 이 방송은 현재 누적 다운로드 횟수가 1000만건이 넘는다.
영수증 ‘TV 버전’은 팟캐스트의 얼개를 그대로 가져왔다. 김생민은 연예계 대표 짠돌이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시청자들의 소비 습관이 담긴 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해 재무 상담을 진행한다. 돈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면 가차 없이 질타하는 게 특징이다. 부모님께 쓰는 돈을 제외하면 소비는 죄악이라는 식의 유머러스한 코멘트가 끝없이 이어진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김생민은 첫 방송에서 1200원을 주고 생수를 샀다는 시청자에게 “물은 집에서 준비해 가라”고 조언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7만원을 주고 손톱손질을 한 내역을 발견했을 땐 “결혼식에선 손에 장갑을 끼는데 왜 손질을 하느냐”고 따진다.
1992년 데뷔해 현재 ‘연예가중계’(KBS2) ‘출발 비디오여행’(MBC) ‘동물농장’(SBS) 등에 출연하고 있는 김생민은 영수증을 통해 첫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영수증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김생민은 영수증이 6회 분량으로 시작했지만 인기를 얻으면 다시 제작돼 장수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막내 아이가 일곱 살인데 열일곱 살이 될 때까지 영수증을 TV에서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과연 영수증은 팟캐스트의 성공을 지상파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영수증의 TV 버전을 제작하는 제작사 몬스터유니온은 “팟캐스트 애청자뿐만 아니라 TV 시청자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팟캐스트 돌풍 ‘김생민의 영수증’ 지상파서도 통할까?
입력 2017-08-23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