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소설들이 영화로 재탄생한다. ‘살인자의 기억법’ ‘남한산성’ ‘7년의 밤’ ‘골든 슬럼버’ 등 소설 원작의 작품들이 잇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와 완성도,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이란 점에서 기대감이 쏠린다.
원신연 감독의 ‘살인자의 기억법’(9월 7일 개봉)이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난다. 2013년 출간된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설경구)이 새로운 살인범(김남길)의 등장으로 과거 살인 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스릴러다.
원 감독은 40분 만에 원작을 독파한 뒤 영화화를 결심했다. 그는 “장르적 재미, 깊이 있는 주제, 빠른 호흡, 거듭되는 반전, 서스펜스와 결합된 유머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이라며 “그간 영화화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극찬했다.
최근 김 작가가 tvN 예능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하면서 작품 인지도 또한 높아졌다. 김 작가는 “소설을 그대로 재현했다면 만족하지 못했을 텐데 새로운 설정들이 곁들여져 매우 흥미로웠다”며 “특히 설경구는 내가 생각한 ‘기억을 잃어가는 살인자’의 모습을 아주 잘 잡아냈다”고 만족해했다.
출간 10년 만에 100쇄 돌파 기록을 세운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도 9월 스크린에 옮겨진다. 1636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대군에 에워싸여 고립된 남한산성 안에서 척화파와 주화파가 대립한 47일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영화화했던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합류해 무게감을 더한다. 이병헌은 청과의 화해를 주장한 주화파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김윤석은 청에 맞서야 한다고 고집한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 역을 각각 맡았다. 박해일은 인조 역, 고수는 대장장이 서날쇠 역, 박희순은 수어사 이시백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병헌은 “치욕스러운 역사이지만 이 작품이 우리의 미래를 고민하고 내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황 감독은 “추운 겨울 촬영을 시작해 따뜻한 봄에 마쳤다.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급변하던 당시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담아냈다”고 했다.
하반기에는 ‘7년의 밤’ ‘골든 슬럼버’가 개봉을 기다린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은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류승룡)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에 나선 남자(장동건)의 7년을 그린다. 일본 이사카 코타로 작가의 원작을 토대로 한 ‘골든 슬럼버’(감독 노동석)는 거대 음모에 휘말린 채 쫓기게 된 평범한 한 남자(강동원)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도가니’ ‘완득이’(이상 2011) ‘은교’(2012) 정도를 제외하곤 소설 바탕의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많지 않다. 소설을 읽는 사람의 기대치와 영화를 보는 사람의 그것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소설의 감동을 영화로 옮기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소설에 기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영화 창작의 고통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소설의 감동을 영화로… ‘살인자의 기억법’ ‘남한산성’
입력 2017-08-2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