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해설 자꾸 듣느니…” 성도들 교리 공부 ‘바람’

입력 2017-08-24 00:00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북카페 산책에서 열린 교리공부 현장. 참석자들이 시광교회 이정규 목사의 강의를 집중해서 듣고 있다. IVP 제공
교리 공부에 도움되는 책
“구글에 ‘칼뱅주의자들은 왜(Why are calvinists)’라고 치면 ‘오만한가요(so arrogant)’ ‘부정적인가요(so negative)’라는 문장이 자동 완성됩니다. 빅데이터도 이런 현실을 알고 있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교리를 중요시하는 칼뱅주의자들이 믿는 교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왜 교리 공부와 삶이 연결되지 않을까요.”

지난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북카페 산책. 시광교회 이정규 목사가 참석자 40여명을 앞에 두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출판사 IVP가 브루스 밀른의 기독교 교리 핸드북 발간을 기념해 개최한 ‘한여름의 교리공부’ 현장이다. 월요일 저녁이라 많아야 스무 명 오리란 예상과 달리 온라인 신청자가 몰려 장소를 바꿨다. 이 목사는 ‘교리란 무엇인가’, ‘교리가 윤리에 미치는 영향’, ‘삼위일체 교리의 적용’ 등에 대해 90분간 ‘폭풍’ 강의를 이어갔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참석자들은 평소 교리 공부에 대해 궁금해하던 것들을 질문했다. “교리와 성경공부를 어떻게 병행해야 할까” “담임목사가 교리 공부에 부정적인데 몰래 해도 괜찮나” “유초등부 아이들에게 원죄론, 삼위일체 같은 교리를 어떻게 가르칠까” 등이다. 대부분 교리 공부의 필요성은 절실히 느끼지만 방법론을 몰라 답답해하는 눈치였다.

남양주 주평강교회 배태진 전도사는 “유년부 아이들에게 삶으로 연결되는 교리 교육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전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중형교회 청년부 이현씨는 “담임목사의 설교가 교리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뻔한 소리만 해서 교회에 안 나가고 있다”며 “따로 교리 공부를 해보고 싶어 왔다”고 했다.

이렇듯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의 교리 공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현상은 2000년대 후반 한국교회 위기론과 맞물려 있다. 그 전에도 교단별로 총회교육위원회가 교리교육서를 발행했지만, 대부분 세례 문답용 교재로 쓰는 데 머물렀다. 하지만 목사들의 설교가 교인들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교회 밖 성경공부를 강조하는 이단의 등장으로 교리 공부의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신론 구원론 종말론 등 어려운 교리를 쉽게 풀어내는 책들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그 출발점은 2012년 완간된 황희상 작가의 특강 소요리문답 상·하(흑곰북스)권이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서를 트렌디한 참고서 스타일로 만든 이 책은, 교리서로는 드물게 7만부 이상 나갔다.

황 작가는 23일 “출간 첫해보다 오히려 판매부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교회가 교인들에게 우리의 신앙 정체성이 무엇인지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교리 공부를 하며 바른 신앙을 세워 나가려는 움직임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이 확보되면서 교리 서적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독교 교리 핸드북’은 탁월하고 균형감을 갖춘 복음주의 신학자 브루스 밀른의 책을 번역한 것이다. 그의 탄탄한 신학적 토대 위에 목회자와 선교사로 지낸 현장 경험까지 녹여내면서 지난 30년간 꾸준히 사용됐다.

정통 교리 해설서도 눈에 띈다. 세움북스의 칼빈의 기독교강요 완전분석은 1500쪽 넘는, 소위 ‘벽돌책’이다. ‘기독교강요’는 스위스의 종교개혁자 장 칼뱅이 16세기 로마 가톨릭의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기독교 핵심 교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기독교 고전 중의 고전.

‘칼빈 아카데미’를 운영해온 장수민 교수가 기독교강요의 전체 내용뿐 아니라 인용된 성경구절까지 낱낱이 분석해 책에 담았다. 강인구 세움북스 대표는 “기독교강요에 대한 전과 같은 책으로,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들도 기독교강요를 보다 풍성하고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움북스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오는 28일 서울 마포구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저자 초청 북 콘서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