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께서 짜증… 억울한 부분 많다” 류영진 답변 논란

입력 2017-08-22 21:34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상임위에서 정부 부처의 보호막 역할을 했던 여당의원들도 이번에는 류 처장을 외면했다.

국회 농해수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살충제 계란 안전관리대책을 보고받았다. 야당 의원들은 류 처장의 업무 능력 미비를 이유로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답변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처장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대통령과 총리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류 처장은 “식약처는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도 “이 정도면 국무위원 기본 자질이 의심되는 상황인데 책임지고 사퇴할 의향 없느냐”고 재차 물었다. 류 처장은 “식약처 전 직원들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김 의원은 “무경험, 무자질, 무인격에다 코드인사로 식약처장을 임명해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예견된 참사”라고 말했다.

류 처장의 ‘이낙연 국무총리의 짜증’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류 처장은 이 총리가 지난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 회의에서 자신을 질책한 상황을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표현했다.

농해수위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총리께서 짜증을 내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질책을 하신 거 아니겠느냐. 답변을 할 때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류 처장은 “짜증과 질책은 같은 부분이다. 약간 억울한 부분이 많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만희 한국당 의원은 “식약처장이 억울한 것이 아니라 정부를 믿고 (살충제 계란을) 소비한 국민들이 억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에 대한 불만도 표시했다. ‘식약처장이 오락가락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오락가락하는 것은 언론에서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류 처장은 지난 10일 ‘국내산 계란은 안전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제 잘못이고 불찰이지만 조금 확대 해석됐다”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 2.6개를 매일 먹을 때 위해가 있는데 평생 그렇게 먹을 수 없지 않으냐”고 말해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류 처장은 ‘유통단계에서 살충제 계란이 발견된 게 몇 군데인가’라는 의원들의 질문에 바로 답변하지 못했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업무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계신 것 같다”며 “현재 벌어진 일에 대해 현 정부도 식약처장님도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