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사진) 전 한나라당 총재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직을) 처음 하다 보니 아무래도 어설프고 서툴게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본격 평가는 아직 이르지만 걱정스러운 대목은 너무 홍보에 치중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국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 전 총재는 탈원전 정책을 거론하며 “장기적인 국가정책을 즉흥적으로 발표하고 나중에 말을 바꾸는 것은 문제”라며 “원전 문제도 (탈원전을) 바로 시행할 것처럼 하다가 말을 바꾸면 국민이 굉장히 불안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문 대통령이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한 것에 대해 “다수 집단이나 힘 있는 자에게 매몰되기 쉬운 직접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고 합리적인 정치로 만든 게 간접민주주의”라며 “장단점은 있지만 직접민주주의를 안 하고 간접민주주의에 치중하기 때문에 잘못됐다는 견해는 독단”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회고록에서 김영삼(YS) 김대중(DJ)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비화를 털어놓았다.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을 정치에 입문시킨 사람은 나라고 할 수 있다”고 썼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대선 직전인 12월 2일 박 전 대통령이 언론인 출신 인사를 보내 만나자는 요청을 해 비공개로 만났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우리나라가 경제난국에 처한 것을 보고 아버님 생각에 목이 멜 때가 있다”고 정계 입문 의사를 전했다. 이 전 총재는 당시 당내 분위기가 호의적이지는 않았으나 “한나라당의 외연을 넓히는 데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입당을 흔쾌히 응낙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총재는 “나와 박 전 대통령 관계는 곡절이 많았다”며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후 국정 운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고 기대도 접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측근이었던 유승민 의원을 박 전 대통령이 원내대표직에서 사퇴시키는 것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며 “소신을 지키고자 한 그가 왜 배신자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원하는 대로 대통령이 됐지만 대통령의 일에 대한 정열과 책임감, 판단력은 갖추지 못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전 총재는 또 자신에게 감사원장직을 제의해 결과적으로 정치권에 들어오게 만든 YS에 대해 “참으로 굴곡 많고 애증이 엇갈리는 인연을 맺었다”고 술회했다. 또 “김대중정부에 이어 노무현정부, 이른바 진보정권·좌파정권이 잘못된 남북관계 설정으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데 일조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DJP연합은 야합”이라며 “(DJ는)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대해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막장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선거에 진 것은 나의 잘못이지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니다”고 고백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이회창 “文정부 홍보에 치중… 직접민주주의 발언은 독단”
입력 2017-08-2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