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강수예보 적중률 46%… 5년간 헛돈 ‘천리안 1호’

입력 2017-08-22 19:18 수정 2017-08-22 22:08

기상청 날씨 예보가 번번이 빗나간 데는 이유가 있었다. 기상청은 기상관측 자료를 수집할 위성을 쏘아올리고도 정작 그 정보를 활용하는 기술이 없어 국내 예보에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에서 받는 위성 자료는 수신이 지연돼 시기를 놓친 사실도 확인됐다. 그 결과 최근 5년간 기상청의 강수 예보 적중률은 46%에 그쳤다.

감사원은 지난 3∼4월 기상청과 지질자원연구원 등 8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33건의 위법·부당·제도개선 사항을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2∼2016년 기상청이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한 5193회 중 실제 비가 온 경우는 3228회(62%)였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없었는데 내린 경우는 1808회였다. 이 기간 강수 유무 ‘적중률’은 47.7%(2012년)에서 45.2%(2016년)로 떨어졌다. 이는 기상청이 공개해온 강수 예보 ‘정확도’와는 차이가 크다. 기상청은 그동안 비가 온다고 예보해 실제 비가 내린 경우뿐 아니라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해 비가 내리지 않은 날도 포함해 정확도가 90%대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감사원은 “우리나라는 봄·가을·겨울에 비가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5년간 기상청이 강수 예보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정확도는 89.5%로 산출된다”며 “예보대로 비가 내렸을 경우만 따지는 적중률을 따지는 것이 실생활에 더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기상 예보는 위성·레이더 등을 통한 자료 수집, 슈퍼컴퓨터 입력, 예상 일기도 생성, 예보관 분석 후 발표 단계를 거친다. 최근 5년간(2012∼2016년)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 프로그램 개선에 들인 예산만 1192억원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예상 일기도의 정확도는 1.39% 떨어졌다.

이는 기상관측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2010년 6월 천리안위성 1호(사진)를 발사했다. 그런데 위성이 보내오는 수많은 자료를 걸러 한반도(국지) 예보에 적용하는 기술 개발은 2013년 4월에야 시작했다. 이 기술은 현재까지 ‘개발 중’이고, 천리안위성 1호는 이미 설계수명(7년)이 지났다. 기상청은 내년 5월 천리안위성 2호를 발사할 예정인데 아직 기술 개발 계획조차 없는 상태다. 기상청 관계자는 “위성관측 자료의 해상도 등을 개선해 예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기상청의 해외 위성자료 수신이 전송망 문제로 늦어진 사례도 적발했다. 예컨대 영국 기상청이 보낸 280개 파일 중 18개(6.4%)는 전송 버튼을 누른 뒤 41분이 지나서야 받았다.

기상청이 2015년부터 운영해온 지진 조기경보 제도는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상청은 조기경보 발령 조건을 ‘최소 15개 관측소에서 20번 이상 P파를 탐지하고 20초 이상 지속될 때’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건의 지진 경보 발령에 평균 26.7초가 소요됐다. 반면 일본 등 외국에선 2∼6개의 관측소 정보만 사용하는 등 정확성보다 속도를 중시하고 있다. 감사원은 “관측소 기준을 8곳으로만 줄여도 경보 발령 시간을 12∼17초 단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지혜 이재연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