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재계에 신규 채용 확대를 요청했으나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올 하반기에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계획이 아예 없거나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4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2%는 하반기 4년 대졸 정규 신입직 채용 계획이 없고 32.4%는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37.4%(155개사)만이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확정했다고 답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의 경우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응답한 246개사의 54.7%가 대졸 신입직 채용 계획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약 17% 포인트 가까이 그 비중이 줄었고 ‘미정’이라는 응답도 지난해 16.9%에서 올해 32.4%로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보면 식음료·외식업의 66.7%가 ‘올 하반기 대졸 공채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어 제조업(45.1%)과 자동차·운수업(44.0%), 기타 서비스업종(42.1%), 석유·화학·에너지(41.9%) 업종이 비교적 신규 채용 진행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경기에 민감한 기계·철강업과 경기 불황 속에 인력 구조조정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중공업은 하반기 대졸 신입 채용 계획 없는 기업의 비중이 각각 66.7%로 높았다. 하반기 대졸 채용 계획을 ‘미정’이라고 밝힌 기업은 공기업이 58.8%로 가장 많았고 금융업도 48.8%나 됐다.
하지만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커질 전망이다. 잡코리아가 분석한 올 하반기 대졸 정규 신입직 채용을 진행하는 155개 기업의 채용 인원은 총 2만389명으로 기업당 평균 131명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 1만7491명보다 16.6% 증가한 수치다.
업종별 채용 규모를 보면 전기·전자업종이 전년 동기간 대비 70.9% 증가, 가장 큰 폭으로 대졸 신입직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건설(-65.7%), 석유·화학·에너지(-53.3%) 업종은 신입직 채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10대 그룹의 경우 대졸사원 공채가 예년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오현 부회장이 청와대 경제인 간담회에서 하반기 채용 확대를 약속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 확대에 힘입어 채용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올해 초 예정한 4000명보다 채용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롯데그룹도 1300명을 채용한 지난해 하반기보다 많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1만5000명을 채용한 신세계그룹도 올 하반기에 전년보다 많은 인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등 사업분할된 회사들의 독자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규 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올 하반기에 약 500명의 신입 및 경력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글=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일러스트=공희정 기자
정부는 일자리 독려하는데… 대기업 62% 채용 불투명
입력 2017-08-23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