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정부 발표를 일부 학계와 의료계 등에서 반박하고 나섰다. 소비자 혼란은 더 커졌다. 인체 위해성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음에도 성급하게 결론 내려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조경환 홍보이사는 22일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을 1∼2살 영유아는 하루 24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된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로서 무책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살충제 계란을 장기간 섭취했을 때 서서히 나타나는 만성 독성의 영향에 대한 연구 논문과 인체 사례 보고가 없는 만큼 위해성이 없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살충제 계란을 연령대별로 몇 개 이하로 먹어도 괜찮다는 식의 정부 발표는 오히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며 “동물실험에서 나온 결과는 참고 사항으로만 간주해야지, 인간에게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한국환경보건학회도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식약처와 일부 전문가 집단이 급성 독성이 미미하다고 주장한 것은 중요한 사실을 흐릴 가능성이 있다”며 “계란은 매일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1회 섭취나 급성 노출에 의한 독성만 문제되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식약처는 “검출된 5종의 살충제에 대해 급성 위해도뿐 아니라 만성 위해도 평가를 실시해 내놓은 결론”이라며 “평생 매일 먹는 경우에 대한 위해도가 그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섭취 가능한 계란 개수는 국민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수십개에서 수천개까지 평생 매일 먹으라는 뜻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식약처 뭇매’… “살충제 계란 먹어도 건강 문제 없다고?”
입력 2017-08-2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