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옳은 선택해야”… 강력한 한반도 방어의지 과시

입력 2017-08-23 05:01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등 미군 수뇌부들이 22일 경기도 오산기지에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게이니 미 육군 94방공미사일사령관,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장,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 해리스 사령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사진공동취재단

한반도 유사시 전력 지원을 총괄하는 미군 수뇌부들이 22일 합동 기자회견을 한 것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방어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군 태평양사령관과 전략사령관, 미사일방어청장이 동시에 한반도를 방문하고 합동 기자회견을 가진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은 한반도 유사시 증원전력을 총괄하고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공군 대장)은 북한이 두려워하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운용한다.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장(공군 중장)은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운용하는 미사일 방어망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한반도 유사시 작전과 전력 증강을 책임지고 있는 미군 수뇌부가 총출동한 것은 미국이 한반도 안보 상황을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이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한·미 연합 방어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시점에 방한·참관한 것은 UFG 훈련 내용에 새로운 측면이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훈련 수준인 UFG가 언제든 실전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의 도발 의지를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북한과 미국의 ‘격한 말’ 전쟁이 수그러들고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군사 옵션이 여전히 강력한 대안으로 남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합동 기자회견에 동참한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북한은 지난 18개월간 28번의 도발(미사일 시험발사)을 자행했지만 우리는 언제든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김정은은 옳은 선택을 하기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미군 수뇌부의 발언은 상당히 수위가 낮아졌다. 공격적인 방안보다 ‘방어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략적인 사안’으로 공개하기 힘들다는 모호성을 유지했다. 대신 패트리엇 요격미사일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등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합동 기자회견도 패트리엇 미사일 부대가 있는 오산 공군기지에서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대를 배경으로 진행됐다. 하이튼 전략사령관은 “우리의 방공 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우리가 개발한 무기체계에 확실한 신뢰를 보낸다”며 “사드는 15번의 시험사격에서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또 “어떤 미사일이 됐든 우리의 방어지역 내로 들어오는 미사일은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사드 발사대 2기가 임시 배치된 경북 성주기지를 방문했다. 신뢰도 높은 사드 미사일 방어체계가 빨리 배치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한·미 군은 지난달 28일 북한이 ‘화성 14형’을 시험발사한 이후 경북 왜관 미군기지에 보관 중인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키로 했으나 성주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추가 배치가 지연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