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지재권 적자 절반으로 뚝… 한·미 FTA 변수 되나

입력 2017-08-23 05:00

올해 상반기에 지식재산권 무역적자가 크게 줄었다. 특허 수입 등이 늘면서 국내 대기업의 지식재산권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 미국과의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적자 폭도 감소했다. 다만 여전히 미국은 우리로부터 지식재산권으로 최대 흑자를 거두는 나라다. 상반기에만 2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가져갔다.

미국은 철강, 자동차 등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미(對美)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적자폭이 줄어든 게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지식재산권 무역수지(잠정)가 6억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소 적자 규모다. 지난해 상반기(9억5000만 달러 적자)와 비교해 적자액이 3억5000만 달러 감소했다.

지식재산권 무역적자가 크게 줄어든 배경에는 ‘대기업의 힘’이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대기업은 지식재산권 무역수지에서 3억3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첫 흑자다. 국내 대기업의 특허·실용신안권 비용이 10억 달러 가깝게 감소했다. 대신 베트남 등 해외현지법인에서 특허 사용료 수입이 증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에 대한 지식재산권 무역적자가 16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하반기(30억8000만 달러)에 비해 적자폭은 크게 나아졌다. 일본에는 2억5000만 달러, 독일에는 2억4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최대 흑자 상대국인 베트남에는 11억4000만 달러 흑자를 거뒀다. 중국(10억 달러)과 영국(2억2000만 달러)에서도 흑자를 기록했다.

대미(對美) 지식재산권 적자규모가 축소되면서 막 시작한 한·미 FTA 개정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식재산권 적자가 줄어든 것이 유리하지 않은 상황인 건 분명하다”면서도 “자동차와 철강 등에서 적자가 크다는 미국 내부 불만과 정치적 요인으로 한·미 FTA 재협상이 거론됐기 때문에 지식재산권까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를 분야별로 보면 저작권에서 1억7000만 달러 흑자였지만, 산업재산권(6억9000만 달러 적자)에서 큰 적자를 봤다. 특히 상표 및 프랜차이즈권 적자가 5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2014년 상반기(5억6000만 달러 적자)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투자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상표권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