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잘해주면”… 가을야구, 임기영·유희관·원종현 어깨에 달렸다

입력 2017-08-23 05:00

“너만 잘해준다면.”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는 가을야구를 사실상 확정 짓고 포스트시즌 경쟁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순위 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올해 한국프로야구의 대권을 노리는 선두권 3개팀은 그러나 공교롭게도 일종의 아킬레스 건이라 할 수 있는 ‘아픈 손가락’을 하나씩 갖고 있다. 3팀은 이들이 하루빨리 실력을 되찾아 효자 노릇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선두 KIA는 전반기 압도적 1위를 자랑했지만 후반기에는 투수진에 누수가 생기고 타선의 응집력도 약해졌다. 당연시됐던 리그 1위 차지도 두산의 거센 추격에 안심하기 이른 상황이 됐다. 후반기 KIA가 뼈아프게 생각하는 것이 신예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의 부진이다.

임기영은 전반기에만 7승에 완봉승도 두 차례 거두면서 KIA 선발진의 든든한 한축으로 자리잡았다. 폐렴증세로 전력에서 이탈한 임기영은 후반기에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4번의 선발 등판에서 승리 없이 3패에 평균자책점은 무려 10.00으로 크게 흔들렸다. 결국 2군으로 내려 갔고 아직 복귀 기약이 없다. KIA에 임기영의 빈자리는 상당히 크다. 후반기 들어 KIA에는 원투펀치인 양현종·헥터 노에시 외에는 믿을 수 있는 선발 자원이 없다. 3선발인 팻 딘도 기복이 심해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일부에서는 임기영이 제 실력으로 복귀만 하더라도 한국시리즈 직행 가능성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후반기 프로야구의 주인공은 단연 두산이다. 후반기 30경기에서 22승 1무 7패를 거두며 압도적 질주를 벌이는 중이다. 전반기를 선두 KIA에 13게임차 뒤진 5위로 마쳤으나 20일 기준 5.5게임차 뒤진 2위로 뛰어올랐다. 두산팬들이 극적인 대역전 드라마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정도다.

남부러울 것 없는 두산이지만 유일한 고민거리는 바로 유희관이다. 두산은 지난해 통합 우승까지 이끌었던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이 후반기에 제 페이스를 찾으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판타스틱4’ 중 유희관만은 아직 예외다. 제구력과 수싸움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해온 유희관은 이달 들어 등판한 4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7.36의 성적으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한화 이글스전과 1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각각 7실점을 하며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공의 무브먼트가 무뎌지면서 타자들의 공략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유희관이 슬럼프를 극복하면 타력과 수비가 전반기보다 훨씬 좋아진 두산에게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 되는 셈이다.

암 투병을 이기고 돌아온 기적의 사나이인 NC 원종현. 7월까지 3승 3패 19홀드를 기록, NC 불펜의 ‘믿을맨’으로 우뚝 섰던 원종현은 이달 들어 5경기에서 3패 1홀드를 적어냈다. 3패를 기록한 경기 모두 승부처에 마운드에 올라 실점을 허용했고 팀의 패배로 이어졌다. 이는 팀이 후반기에 1위 KIA를 추격할 동력을 잃게 함과 동시에 두산에 발목이 잡힌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나마 지난 20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팀 승리와 함께 홀드를 챙겨 반전의 여지를 남겼다.

KIA와 두산, NC 중 어느 팀이 전력의 구멍을 빨리 메워 대권가도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까. 시즌 막판으로 향하는 프로야구에서 팬들의 관심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