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너 마저? 코스피行 추진에 코스닥 술렁

입력 2017-08-23 05:00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의 ‘이사 바람’에 코스닥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시가총액 2위 카카오에 이어 셀트리온마저 코스피시장으로 둥지를 옮기면 코스닥 부진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셀트리온은 다음 달 29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코스피 이전 여부를 결정한다고 22일 밝혔다. 소액주주들은 코스피 이전 문제를 다룰 임시 주총 개최를 회사 측에 요구했었다. 주주들은 코스피 대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에 셀트리온이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이 코스피200에 편입되면 3000억∼4000억원 규모의 매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셀트리온은 코스피 시가총액 25위 수준의 규모라서 코스피200 편입은 무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코스피로 옮겨간 카카오 등 9개 기업은 이전 1년 뒤 수익률이 27.9%를 기록했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공매도 감소 효과도 기대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고, 주가가 떨어진 다음에 주식을 사서 되갚아 차익을 남기는 기법이다. 다만 실제 공매도가 줄어들지를 놓고 전망은 엇갈린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연구위원은 “코스피는 주식 선물 등 거래 수단이 활성화돼 있어 공매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스피시장의 공매도 비용이 코스닥시장보다 적어 되레 공매도가 늘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셀트리온이 떠날 경우 코스닥의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코스닥 내 바이오·제약주 펀드 등 자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거래소 측은 코스닥에 남아 달라는 입장을 셀트리온 경영진에 전달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코스닥에선 대장주이지만 코스피로 가면 주목도가 낮아질 수 있다”며 “경영진과 주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코스닥 우량 종목을 코스피200에 편입시키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지만 이전 상장 요구를 막을 해법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김용구 연구원은 “코스닥 중소형주 시장 활성화를 위한 본질적 처방이 시급하다”며 “이러다간 정말 코스닥에 쭉정이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