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기수 파괴 후폭풍?… 法과 檢은 다르다

입력 2017-08-22 18:38 수정 2017-08-22 21:37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이 22일 오후 양승태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관용차를 타지 않고 시외버스와 지하철로 춘천에서 대법원까지 갔다. “법정에서 당사자들과 호흡하며 재판만 해온 사람”이라고 스스로 평가한 그는 “(청문회에서) 어떤 수준이고 모습인지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의 지명은 사법부 ‘기수 문화’ 파괴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현직 대법관 13명 중 김 후보자보다 연수원 기수가 낮은 대법관은 박보영(16기) 김재형(18기) 김소영(19기) 박정화(20기) 대법관 등 4명에 불과하다.

연수원 13기인 최완주 서울고법원장과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 성백현 서울가정법원장 등은 김 후보자보다 법관 경력이 더 길다. 법조 3륜의 한 축인 대한변호사협회 김현 회장(17기)은 김 후보자보다 연수원 기수는 낮지만 서울대 법대 1년 선배다.

김 후보자의 후보자 지명 발표가 나온 21일 오후 고위 법관들 사이에서는 청와대의 파격 인사에 대한 성토도 일부 나왔다. “(청와대가) 사법부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니냐”는 발언도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 국회의장과 함께 3부 요인으로 분류돼 6년 임기를 보장받는 사법부 수장의 인사가 지나치게 파격적이라는 것이다.

22일에는 법원 내부 기류가 신중해졌다. ‘기수 파괴’의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검찰에선 총장이나 고검장·검사장 승진 기수에 맞춰 선배나 동기가 사표를 내곤 하지만 법원은 ‘문화가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후배가 대법원장이 됐다며 사표를 내는 법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법원장이 2년 임기를 마친 뒤 일선 재판부로 복귀하는 평생법관제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대법관이 배출된 기수의 동기·선배 법관들이 법복을 벗는 사례도 사라졌다. 이 같은 구도가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자평한 법원 입장에서는 신임 대법원장 지명으로 사표를 내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젊은 법관들 사이에선 법원의 조직 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법관은 “선배 대법관이나 법원장들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제왕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권한을 김 후보자가 자연스럽게 분산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른 법관은 “대법관회의 등도 더 민주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민철 이가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