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재활복지의 뉴패러다임을 찾아서] 장애인 ‘자립’과 ‘재활’ 융합 시스템 모색을

입력 2017-08-23 22:08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지난 4월 주최한 제25회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 모습. 협회는 전국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주도하는 등 이동권과 접근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제공
에덴복지재단 정덕환 이사장이 중증장애인 다수를 고용한 사업장 ‘에덴하우스’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작업을 살펴보고 있다. 국민일보DB
재활복지재단 사업에는 두 가지 패러다임이 존재한다. 하나는 전문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전통적인 재활복지 패러다임이고, 다른 하나는 장애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사업을 추진하는 자립생활 패러다임이다.

이번 기획에서 소개하려는 네 곳은 재활복지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시켜 주기에 충분한 모범 단체 및 기관들이다.

밀알복지재단은 등록 후원회원만 20만명을 상회하며 사회적 평판과 기여도에서 재활복지 패러다임을 잘 구현해 국내외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밀알학교를 비롯, 산하에 29개의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굿윌스토어를 운영하는 굿윌사업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일자리 창출을 하고 있어 뉴패러다임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국외적으로는 말레이시아·필리핀·케냐 직업재활사업, 네팔 밀알학교, 라이베리아 특수학급, 베트남 공동생활가정 운영 등 10개국에서 11개 사업장을 운영해 나라마다 재활복지의 선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는 장애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자립생활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지장협은 회원 간 유대 강화와 권리 신장을 목적으로 1986년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장애인의회 정치대학을 만들어 장애인을 기초의회나 광역의회에 진출시켰으며, 2014년 지자체 선거에서 무려 84명이 당선됐다. 현재 17개 광역 시·도 협회, 230개 시·군·구 지회를 운영하며 직원 수만 5100명에 달한다. 회원 수는 46만2000명이다.

여기에 23개 장애인복지관 위탁운영을 비롯해 100여곳에 달하는 장애인 주차장관리 사업장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지장협은 편의시설 시민 촉진단을 만들어 전국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주도해 장애인 이동권과 접근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다.

지장협 이종성 사무총장은 “지장협 위탁 복지관의 특징은 관장과 사무국장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1명씩 맡는 등 사회통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덴복지재단(이사장 정덕환)은 상품을 직접 개발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전국 모든 장애인 공장을 ‘행복공장’으로 만드는 꿈을 가지고 파주 교하읍 신촌리에서 중증장애인 다수 고용 사업장인 ‘형원’과 ‘에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재권 본부장은 “중증장애인 다수 고용 사업장인 ‘형원’은 장애인 의무고용제 혜택도 받지 못하는 지적장애인 발달장애인 등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근로작업시설인 ‘에덴하우스’는 친환경 세제와 쓰레기 종량제 봉투 등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4대 보험에 가입되고 임금을 받아 세금을 내는 근로자이자 납세자”라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2015년 ‘중증장애인의 평생일터 행복공장 만들기 운동본부’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장애를 가진 보다 많은 사람이 노동의 중요성을 깨닫고, 일한 만큼 혜택이 주어지며, 그곳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복지라 생각한다”며 “장애인이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생산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대만 최대의 재활복지재단인 에덴사회복지재단도 우리나라 에덴복지재단과 공통점이 많다. 1982년 대만에 에덴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한 여성 휠체어 작가 리우 시아(Liu Hsia)는 대만의 장애인 차별에 온몸을 던져 이 재단을 발전시켜 왔다.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으며 대만의 장애인 차별에 대항해 재단을 설립한 리우 시아는 현재 1800명 넘는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이 중 25%가 장애인이다. 현재 재단은 20개 도시에 77개의 지사를 두고 있다.

말레이시아 페낭과 쿠알라룸푸르, 베트남 호찌민에도 해외 지사를 설립해 하루 평균 8000여명의 장애인을 돌보고 있다. 대만도 총인구 2300만명 중 4.6%인 100만명이 장애인이며 실업률은 일반인 실업률의 4배에 달한다.

전 세계에는 6억명 이상의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장애인 대부분은 장애와 함께 빈곤을 겪는다. 결국 장애인 정책은 장애 당사자가 주체인 자립생활 패러다임과 전문가가 중심인 재활 패러다임을 융합한 상호역량 강화로 윈-윈하는 패러다임을 창출해야 한다.

특히 장애 당사자 사단법인이나 재활복지전문 사회복지법인의 성공 모형에도 상호 협력모델 구축이 핵심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장애 당사자의 정체성과 전문가의 전문성 연합이 필히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이럴 때 장애 당사자가 브랜드화되고 더 나아가 재활복지사업을 선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장애 비즈니스 모델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